[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또 다른 아기 새 이야기



지난주 새 이야기를 쓰면서 또 다른 아기 새를 떠올리게 되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인데. 10여년 전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원주 토지문화관에 들어가 있던 여름이었다. 당시 작가들은 저녁을 먹은 후 종종 연세대 원주캠퍼스 뒷산으로 산책을 가곤 했다. 30∼40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한적한 코스였다.

어느 날 아기 새가 내 눈에 띄었다. 눈이나 간신히 떴을까, 거의 벌거숭이인 진짜 아기 새였다. 녀석은 산책길 옆 도랑처럼 길게 파인 골 안에 엎드려 있었다. 그렇게 봐서 그런지 파들파들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주변에 그럴 만한 나무도 없는데, 어느 둥지에서 떨어진 걸까. 모두 속수무책으로 아기 새를 내려다보는 가운데 한두 마디가 나왔다. 엄마가 데리러 올 거야, 자연의 섭리에 맡겨. 그냥 돌아온 숙소에서 그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자 또 한두 마디 나왔다. 집어오지 그랬어, 술안주로 그만인데. 옛날 포장마차 참새구이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에잇, 이런 남자들이라니! 이런 작가들이라니! 그러다 금세 나는 반성을 했다. 너도 잠깐 이런 생각 했잖아! 들고양이도 먹고살아야지.

올해 알마상을 받은 볼프 에를브루흐의 그림책 중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라는 작품이 있다. 비행기가 앞마당에 떨어지면 어쩌나, 내일 해가 안 떠오르면 어쩌나, 별 게 다 걱정인 마이어 부인이 아기 지빠귀를 줍고는 그런 걱정일랑 싹 잊어버리고 새 키우기에 열중한다. 그리고 다 큰 지빠귀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부심하다 자기가 먼저 날아오른다. 한번 해봐, 참 쉽단다. 부인이 새에게 하는 말이다. 절로 떠오르는 미소와 함께 그 작가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는 책이다.

나도 그때 그 아기 새를 데려왔어야 하는 거였다. 파리랑 지렁이도 잡아주고 똥도 받아주고 하면서 키웠어야 하는 거였다. 누가 알겠는가, 나도 그 새와 함께 훨훨 날게 되었을지. 조그만 몸통으로 온 숲을 울리는 힘찬 노래를 부르게 되었을지. 앞으로 땅에 떨어진 아기 새를 발견하면 꼭 고이 들어 올려 데려와야겠다.

글=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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