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文정부에게 한·미동맹이란… ‘美 하자는 대로’ 아닌 ‘자율’ 확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제시한 단계적 대북 구상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국면에서 벗어나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천명했다. 또 이런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최고의 압박과 관여’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 게재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박근혜정부 모두 전략적 인내 기조 하에 북한과 아무런 관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북한 핵·미사일이 갈수록 고도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이제는 한국이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것이 시급하고, 그래야 북한이 추가 도발과 (핵·미사일) 기술 진전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2단계 해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첫째는 동결이고, 둘째는 완전한 폐기”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취임 이후 미국 내에선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이 비등해졌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대화에 나선다’는 대북 기조가 잡혔고, 박근혜정부도 이와 궤를 같이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닻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용어만 달라졌을 뿐 사실상 오바마식 대북 접근법의 연속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교착상태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 주도로 북한과의 대화 정국을 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엇박자를 내지 않으면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느냐는 문제는 과거 노무현정부 때의 이념 갈등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노무현정부 초기 외교안보라인은 이른바 ‘동맹파’와 ‘자주파’로 나뉘어 사사건건 대립했다. 하지만 이번엔 굳건한 한·미동맹 토대 위에서 한국의 역할을 키우자는 취지다. 자주파와 동맹파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한국의 역할론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빛 샐 틈 없는 한·미동맹’을 내세웠던 박근혜정부의 한·미 관계에서 벗어나 우리 정부의 독자적 협상 전략으로 미국을 견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미국과의 역할 분담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나쁜 경찰’ 역할을, 한국은 북한을 달래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좋은 경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정책이 현실성이 있다 없다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양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가 있기 때문에 방법론에 대해선 미국과 충분히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연내 대화’ ‘평양 방문’ 제안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다만 정부 내에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문재인정부 취임 후 1주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이 지난 8일 이후 잠잠하다”며 “이것이 남북 관계에 있어 유의미한 신호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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