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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성웅 출판사 ITTA 대표 “자기 언어 발견했을 때 비로소 글 쓸 수 있었다”

최성웅 출판사 읻다 대표가 20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사무실에서 최승자 시인이 번역한 ‘죽음의 엘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시인(詩人)들은 모두 알지만 우리는 모르는 비밀 한 가지를 듣고야 말았다.

‘읻다 시인선’ 기획자이자 번역자인 최성웅(33) 출판사 읻다 대표는 20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사무실에서 “‘자기 언어’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제대로 공부를 하고 글을 쓸 수 있다”며 “더 이상 타인의 언어를 모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문학 공부를 포기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린 시절 그는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공부도 못하고 말이 느려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보니 어디에도 동일시할 수 없었다. 20대 중반까지 계속 ‘나’를 찾아 헤맨 것 같다”며 슬며시 웃었다. 대입 재수를 하는 동안 매일 시 두 편과 수학교재 ‘정석’을 필사했다. 시간은 많은데 할 게 없어서였다고 한다.

“세 번째로 정석을 베껴 쓸 때 비로소 수학이 수(數)로 된 언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따라 쓰며 행과 연을 이해하고 김현의 평론을 읽으며 그런 언어를 구사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동국대 국문과에 입학한 그는 한국 현대시를 다 섭렵한 뒤 헌책방을 뒤져가며 외국 시를 읽었다.

프랑스 파리 제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한 뒤 2011년 독일 뮌헨대 비교문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대학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인정욕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어느덧 내가 쓰는 언어가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 대표는 석사 한 학기를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자기 언어’를 발견한 데서 온 자신감이었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더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뜻이 맞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2015년 출판사를 차렸다. 그게 바로 ‘읻다’다. 순우리말로 좋다는 뜻이다. 지난해 인문서 ‘괄호시리즈’로 주목받은 데 이어 올해는 ‘읻다 시인선’ 10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1·2권 앙리 미쇼의 ‘주기적 광증의 사례’와 빈센트 밀레이의 ‘죽음의 엘레지’가 나왔다.

대표적 프랑스 현대 시인인 미쇼의 시는 실험적이다.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밀레이 시는 최승자 시인이 번역했다.

전날 열린 미쇼 시 낭독회에는 시인 수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최 대표는 “시인들이 시 공부를 할 때 탐독했던 시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앞으로 페터 한트케 ‘시 없는 생’, T S 엘리엇 ‘네 개의 사중주’ 등이 나올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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