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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영석] 탈피오트



탈피오트(Talpiot)는 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라는 의미다. 이스라엘 과학기술 전문장교 양성 프로그램의 명칭이기도 하다. 1970년대 도입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만여명의 지원자 중 50여명을 선발한다. 합격하면 대학 4년 과정을 3년 안에 마치고 장교로 임관해 3년간 전공 분야 업체에서 근무한다. 제대 이후 취업 회사는 자유다. 정부는 제대 후 창업자금까지 지원한다. 세계 최초로 방화벽을 만든 ‘체크포인트’의 창업자 길 슈웨드가 대표적 인물이다. 배터리 교환 방식의 전기차를 개발한 ‘베터 플레이스’, 이베이가 인수한 지불 보안업체 ‘프로드 사이언시스’도 탈피오트 출신이 만든 벤처기업이다.

국내에도 이를 본뜬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가 있다. 2014년 생겼다. 이공계 분야 대학 2학년 대상으로 선발한다. 전액 장학금은 물론 연간 500만원의 전문역량개발비를 준다.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년간 근무하며, 석·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1기생 18명이 최근 ADD에 입소했다. 68명(2기 25명, 3기 25명)이 선발되어 있다.

문제는 이공계 병역특례제를 없애고 대체 방안으로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가 거론된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병역 자원 확보를 위해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공계 병역특례 대상자는 연간 2500명이다. 특히 석사 이상 인력들이 지원하는 전문연구요원 폐지 여부는 이공계 학생들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다. 최근 연세대 텀블러 폭탄 사건의 피의자는 “전문연구요원이 되려면 영어 성적을 올려야 하는데 교수님이 시킨 일이 많아 어려웠다”고 했다.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가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를 대체하기엔 규모나 분야 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와 로스쿨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 폐지 여부를 미래인재 육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과학기술전문사관 규모와 분야 확대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김영석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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