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60년간 30% 넘게 상승”

지난 13일 미국 하와이주 힐로섬에 위치한 마우나로아 관측소 입구 전경. 오른쪽 사진은 오아후섬 다이아몬드헤드 분화구에 위치한 하와이 위기 대응센터(HI-EMA)에서 제러드 프라이어 박사가 태평양 지역의 지진해일 모델링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기상청 제공


와이키키 해변과 화창한 날씨가 떠오르는 태평양의 대표적인 휴양지 하와이는 뜨거워지는 지구를 지켜보며 온난화와 전쟁을 벌이는 최전선이다. 평화로운 하와이의 해변은 사실 지진해일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가파른 절벽이나 암초가 없고, 넓은 만은 드넓은 태평양의 파도도 그대로 맞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지진해일 경보센터를 방문했다. 이 섬에는 다이아몬드헤드 분화구에 하와이 위기대응센터(HI-EMA)도 있다. 항공편으로 50분 거리에 있는 힐로섬의 태평양 지진해일 경보센터(PTWC)와 연계해 주민에게 경보를 알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하와이는 지구 대기환경, 자연재해 발생의 척도가 되는 지점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 일본 등 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지진에 대비한 선진화된 대기측정소와 지진해일 경보 시스템이 구축된 곳이 하와이다.

하와이에서는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일단 주민에게 경보부터 보낸다. 피해를 입을지 확실하지 않더라도 일단 주민의 주의를 집중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첫 경보는 5∼10분 내 이뤄진다. 다만 피해 여부가 불확실한 조기 경보 특성상 지진해일의 추이에 따라 이후 한 단계 위의 경보가 내려질 수도 있고, 아예 취소되기도 한다.

케빈 리처즈 재난대응담당관은 “조금이라도 재난 위험이 있다면 빠르게 경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못된 경보를 내 비난을 듣는다 하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 PTWC 선임연구원인 제러드 프라이어 박사도 “지진해일은 대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조기 경보가 중요하다”며 “첫 경보 이후 매 시간 새로운 분석이 나올 때마다 경보를 갱신한다”고 전했다.

하와이는 경보 시스템과 함께 지역 단위의 재난 대응 훈련도 활발하다. 마을 단위로 매월 하루, 한 시간 동안 재난에 대비한 긴급대피 훈련을 진행한다. 매년 4월을 지진해일의 달로 지정, 한 달간 학교 극장 언론 등에서 대처방법을 홍보한다.

힐로섬에는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가 운영하는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있다. 해발 4000m의 활화산인 마우나로아는 대기가 깨끗하고 강수량이 적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달 초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미국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제일 먼저 측정한 나라이자 현재도 가장 정확한 측정치를 내놓는 나라다. 특히 마우나로아 관측소는 남반구와 북반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미국 6개 관측소 중 가장 지구 전체의 평균에 가까운 이산화탄소 농도를 나타내고 있다.

마우나로아에서 측정한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1958년 설립 당시 측정값은 313ppm이었으나 60여년간 30% 넘게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2013년 5월 400ppm을 넘었다. 400ppm은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수치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웃돌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현재 생태계도 유지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도 심각한 온난화에 직면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안면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2년 1월 400ppm을 넘어섰다. 하와이에서 관측한 지구 평균치보다 1년 이상 빨리 마지노선을 지났다. 현재 한국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다. 6월 중순인데도 폭염특보가 18일까지 3일째 이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는 여름철인 6월부터 8월 사이 전국 평균기온이 24.8도로 평년보다 1.2도 높았다”며 “2030년대는 지난해와 같은 더위가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10∼20년 주기로 동해상에 일어나는 지진해일의 주기를 감안하면 한반도에 조만간 또 하나의 지진해일이 일어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난해 겪은 경주 지진처럼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지진 관측망 구축, 전문가 교육 등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와이=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