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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하는 사람들] “일상에 감성으로 제품을 표현했어요”



영상엔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 청소하는 모습, 좋아하는 여성에게 고백하는 모습, 취한 연인을 집에 데려다주는 모습. 그러다 영상이 끝나기 직전 광고 제품 사진이 등장하는데, 그게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월감 한효민’의 한효민(29) 대표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으로 제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월감 한효민은 2015년 3월 한 대표가 죽 전문점 ‘본죽’의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시작했다. 공모전에 제출할 작품을 만들면서 광고 영상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한 달에 하나씩 광고 영상을 제작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다.

매달 만들기에 ‘월간 한효민’으로 하려다 영상의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월감(月感)’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6년 2월 시즌 1을 마무리했고, 올 1월 시즌 2를 시작했다.

광고를 전공했지만 한 대표가 처음부터 영상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2012년 대학내일이 주최한 유니브엑스포의 스태프로 일하면서 40여일 동안 영상 15개를 제작했다. 영상 제작이 익숙했던 게 아니어서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며 만들었는데 그게 힘들지 않았단다. 그 뒤론 인턴 등으로 일할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영상을 만들었다. “제가 영상 제작을 좋아한다는 걸 이때 알게 됐어요. 잘할 수 있는 게 광고이고, 잘하고 싶은 게 영상이라서 광고 영상을 시작하게 된 거죠.”

한 대표는 영상을 기획할 때 ‘제품의 기능을 어떻게 감성적으로 표현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광고라기보다 짧은 웹드라마에 가깝다. 고백하는 순간의 두근거림을 표현한 뒤 마지막에 ‘우황청심환’ 사진을 등장시키거나 소개팅에 나간 남성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다 마지막 장면에 ‘가그린’을 보여주는 식이다. 좋은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 안타까워하는 영상이 있었는데 이건 ‘모기약’ 광고였다.

대형 광고회사에서 ‘월감 한효민’의 영상을 따라해 문제가 됐던 적도 있다. 가공식품 관련 광고를 전반적인 스토리뿐 아니라 카메라 앵글까지 거의 똑같이 베꼈다. 광고영상 관련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자 광고회사에서 한 대표를 찾아오기도 했다.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 만드는 게 아니어서 한 대표는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했다. 촬영은 주말을 이용했고, 퇴근 후 밤늦게까지 편집 작업을 했다. 점점 직장 일이 많아지면서 병행이 불가능해지자 한 대표는 ‘월감 한효민’ 대신 직장을 포기했다. 지금은 외주작업을 해서 버는 돈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많이 어렵죠. 가그린 광고 담당자가 우연히 우리 영상을 보고 고맙다며 가그린 300개를 보내주신 적은 있어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제 바람은 시즌 10까지 하는 건데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웃으며) 저에게 투자하실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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