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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 “평생 잊지 못할 ‘악녀’… 겁이 없었죠” [인터뷰]





요즘 최대 관심사가 뭐냐는 질문에 배우 김옥빈(30)은 지체 없이 대답했다. “잠 좀 잤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간단명료한 답변 뒤에는 호탕한 웃음이 이어졌다. “시차 때문에 좀 힘들었거든요. 시차 적응도 되기 전에 영화 홍보 스케줄이 계속 잡혀있어서.”

프랑스 칸에서 돌아오자마자 국내 공식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옥빈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옥빈에게는 두 번째 칸 방문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이후 8년 만. 얼떨떨하기만 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영광의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박쥐’ 때는 너무 어렸죠. 경험도 없었고요. 시키는 대로 따라다니기만 했던 것 같아요. 레드카펫이 너무 길어서 ‘언제 끝나지, 언제 끝나지’ 했던 기억만 나요. 근데 이번에 가보니까 너무 짧은 거예요! ‘이렇게 짧았었나’ 싶더라고요. 처음 갔을 땐 그렇게 커보였는데….”

김옥빈이 타이틀롤을 맡은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8일 개봉)는 진화한 한국 액션의 현주소를 보여준 수작이다. 제작단계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 작품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을 때는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살인병기로 길러진 킬러 숙희(김옥빈)가 국가 비밀조직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숙희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장검을 활용한 오토바이 추격신, 도끼를 휘두르는 버스 액션신까지 이 영화의 9할은 김옥빈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으로 완성됐다.

“저는 작품을 결정할 때 단순해요. ‘내가 하고 싶으면 한다’거든요. 작품마다 끌리는 지점이 다른데 이번에는 액션에 완전히 꽂힌 거죠. 어릴 때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했는데 제대로 보여줄 만한 기회가 없었어요. ‘악녀’를 만났을 때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고난도 액션이 주를 이뤘는데 대부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김옥빈은 “감독님이 카메라 앵글을 타이트하게 잡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이렇게 구르고도 대역이라고 오해 받으면 억울할 것 같아 ‘좀 떨어져서 찍어 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태권도(2단)·합기도(2단) 유단자인 김옥빈은 3개월간 액션스쿨에 다니며 촬영 준비를 했다. “개근상 받을 정도”로 열심히 출석도장을 찍은 그는 “훈련한 게 아까워서 액션 한두 편 정도 더 했으면 좋겠다. 재주가 있으니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는 저에게 도전이었어요. 처음에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같이 와서 혼란스러웠는데 익숙해지니 괜찮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인내심을 배웠고, 많이 성장했어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기도 했고요(웃음).”

김옥빈은 본인의 성격에 대해 ‘고집불통’인 면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일에 관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이해될 때까지 끊임없이 설명을 요구하는 편”이라며 “그래야 정확한 그림을 그리고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상형도 “이해심이 넓은 남자”란다. “제가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은 편이라 (남자친구가) 제게 맞춰줬으면 좋겠어요.”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그의 성격은 거의 모든 답변에 그대로 묻어났다. “다음번에는 또 공개연애를 하기보다 차라리 결혼발표를 했으면 좋겠네요(웃음).”

글=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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