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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통보에 앙심품은 기사, 휘발유·라이터 구입 범행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유치원생 통학버스 화재 참사 원인이 버스 운전기사의 방화 때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일부 수사 결과에는 의문도 제기했다.

지난달 9일 사고 이후 한 달 가까이 조사를 진행한 중국 공안은 범행 당시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지났던 차량 280여대의 블랙박스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밝혔다. 산둥성 공안청은 2일 “범행 차량이 버스로 디젤 경유차임에도 운전기사가 휘발유를 샀으며 비흡연자인데도 라이터를 구입했다는 점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발화가 아니고 계획된 범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산둥성 공안청의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운전기사 충웨이쯔(55)가 승차하면서 휘발유통을 여는 장면도 담겨 있다. 버스 트렁크에 타이어 4개를 미리 넣어 둬서 불이 크게 났던 것으로 산둥성 공안청은 파악했다.

발표된 발화 지점은 당초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중국 당국은 운전석 왼쪽 뒤에서 처음 발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현장 영상이나 사진에서는 운전석 쪽이 아닌 차량 오른쪽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수사 당국은 운전기사가 범행을 계획하고 휘발유와 라이터를 미리 샀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0일 낮 12시쯤 근무복 복장으로 휘발유통을 들고 라이터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어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라이터를 산 것 또한 범행 목적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CCTV에서는 또 사고 당일 오전 7시에 운전자가 휘발유통을 들고 운전석 근처로 옮기고 폐타이어를 차에 싣는 장면도 포착됐다. 아울러 사고 뒤 인솔 교사의 머리와 신발, 앞바퀴에서 휘발유 성분이 검출된 것 역시 방화가 저질러진 증거로 제시됐다.

당국은 충웨이쯔의 범행 동기가 임금이 줄고 해고 가능성에 대한 앙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그가 지난 3∼4월부터 학교 야간버스 운행에서 제외되면서 수입이 월 4000위안(약 66만원)에서 1500위안(약 25만원) 정도 줄면서 평소 불만이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고 전날 본인이 학교 측으로부터 해고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평소 자신이 태우고 다니던 어린이들을 죽일 정도로 경제적 고통을 받았는지 등 범행 동기와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평소 술을 하지 못하는 운전기사의 혈액에서 알코올 성분이 검출됐다”고 했지만 “충웨이쯔의 정신과 치료 등의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운전기사가 버스 중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점을 보면 경제적 고통으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준비된 방화였다는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동안 차량 노후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엔진이나 연료통은 매우 양호한 상태였고 전기회로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차량이 얼마나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서 “오는 7월 폐차를 앞뒀을 정도로 오래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유족은 여전히 수사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칭다오 한국총영사관은 “유족들의 의문 제기에 대해 2차, 3차 추가로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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