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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열 받게 할까… 트럼프 입만 바라보는 세계


단 한 명 때문에 지구가 더 뜨거워질까. 전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일 오후 3시(한국시간 2일 오전 4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믿는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파리협정에서 공식 탈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6개국이 체결한 파리협정은 지난해 11월 공식 발효됐다.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 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이자 온실가스 배출 2위인 미국이 국제 공조에서 이탈할 경우 도미노 탈퇴가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탈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백악관이 내분에 휩싸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파리협정 탈퇴 반대 입장인 반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은 ‘미국에 불공정한 합의’라며 탈퇴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유산인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파리협정 탈퇴는 미국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임은 물론 지구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공화당 상원의원 22명은 파리협정 탈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재계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한 결정 앞에 반기를 들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민간위원이자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탈퇴 시 NEC를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팀 쿡 애플 CEO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파리협정에 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대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산업계는 파리협정 탈퇴 시 협정 가입국이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선언문에는 “파리협정은 역사적 성과이자 철회할 수 없는 약속이며 대체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세계적으로 저탄소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독일을 방문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는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중국·EU 정상회담을 갖고 파리협정 이행 의지를 강조하며 ‘녹색 동맹’ 구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은 파리협정에서 바로 탈퇴할 수 없다. 3∼4년은 걸릴 것”이라며 미국이 탈퇴할 경우 이에 맞서는 것이 유럽의 의무라고 밝혔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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