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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신입사원 리포트] 개인 삶보다 회사 우선하는 조직문화 개선 필요


<글 싣는 순서> ① 퇴사가 꿈이 된 신입사원들 ② 사표 부르는 조직문화 백태 ③ 사표 던진 이후의 삶 ④ 부장들의 항변 ⑤ 사실 나도 ‘꼰대’다

[취재대행소 왱]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도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은 회사를 떠난다. 청년실업률이 매달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상황에서 낡은 조직문화는 퇴사를 부추기고 있다. ‘노는’ 청년을 줄이려면 일자리만 늘릴 게 아니라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삶보다 회사를 우선하는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私)생활 vs 사(社)생활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 김영주 소장은 회사문화가 달라져야 할 방향으로 ‘사생활 존중’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던 과거엔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라고 비판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청년층은 사적인 생활이 보장돼야 일의 영역도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개인 시간에 강제로 일을 시키거나 퇴근 후 술자리를 강요하면 갈등이 생길뿐더러 일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윗사람은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경직된 상하관계도 고쳐야 할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직문화 개선의 실마리는 거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는 대학생 취업교육 때 이력서 쓰는 법 정도를 가르치지만 미국은 모든 대학생에게 사내 협상법을 교육한다”며 “조직의 변화는 현장에서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뽑아놓고 가치관을 고치려 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양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에선 ‘회사문화’를 채용 지표로 삼아 가치관이 다른 사람은 애당초 뽑지 않는다. 채용 과정에서 직무 적합도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자체적으로 ‘꼰대 상사’를 규제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무조건 윗사람 말에 복종하라는 상사를 보며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신입사원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따라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회사가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면 제3자가 상사와 부하직원을 관찰해 왜곡된 리더십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있는 법부터 지키자

전문가들은 지금 ‘있는 법’부터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 같은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기본적 노동권부터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장·휴일근로 수당을 법에 명시된 대로 엄격히 지급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는 문화를 만들려면 우선 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습관적으로 야근을 시키면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기업에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속 인원이 너무 적어 기업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우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회장은 “근로감독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근로감독관을 증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감독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샘플 기업 몇 곳만 조사하는 식으론 실효성이 없다. 수시로 많은 기업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임금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약속한 시간만큼 연장근로를 한다고 가정해 수당을 임금에 포함한 뒤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일을 시켜 ‘공짜 야근’에 악용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포괄임금제는 법에도 없는 제도인데 판례에 의해 일부 인정돼 왔다”면서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실제 연장근로를 한 시간만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야근을 부추기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감독 인원을 증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길채 노동전문위원은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겠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고승혁 기자, 김민겸 최경원 인턴기자 marquez@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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