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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의신 “在日 한국인의 애환 영화로 만들었어요”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60)은 한·일 양국 연극계에서 모두 사랑받는 특별한 존재다. 주 무대인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거의 매년 그의 작품이 올라간다. 특히 1970년대 초반 재일교포의 신산한 삶을 그린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은 2008년 초연 당시 양국에서 각종 연극상을 휩쓰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본 신국립극장과 한국 예술의전당이 합작한 이 작품은 이후 2011년 양국에서 재공연됐으며, 지난해엔 신국립극장의 ‘정의신 3부작’에 포함돼 또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와 함께 영화화가 진행돼 최근 일본 교토에서 촬영이 끝났으며, 편집 등 후반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정의신의 감독 데뷔작으로 내년 봄 개봉 예정이다. 3∼10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창극단의 ‘코카서스의 백묵원’ 연출을 위해 내한한 그를 31일 만났다.

“‘야끼니꾸 드래곤’ 영화화를 추진해온 프로듀서가 내게 감독을 제안했어요. 재일 한국인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면서요. 제작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달간 빠르게 촬영하다 보니 신인 감독에겐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정의신은 1987년 재일교포가 주축이 된 극단 신주쿠료잔바쿠의 창단멤버로 연극을 시작했다. 사회적 약자를 따듯하게 보듬는 그의 희곡은 평단과 대중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일 양국의 경계에 있는 재일 한국인의 삶을 연극으로 만들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지난해 3∼6월 신국립극장이 ‘정의신 3부작’을 공연했는데요. 이런 3부작 기획은 (일본 국민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 이후 제가 처음이었어요. 당시 한·일 양국의 악화된 관계 속에서 큰 화제가 됐는데요. 동시에 우익으로부터 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신국립극장이 외국인(한국 국적)의 작품을 제작하느냐는 비난을 들었죠.”

그는 일본에서 연극은 물론이고 영화, TV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해 왔다. 특히 1993년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영화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데뷔한 후 ‘사랑을 구하는 사람’ ‘피와 뼈’ ‘OUT’ 등 여러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모두 맡은 영화 ‘야끼니꾸 드래곤’에는 일본의 톱 배우 이노우에 마오, 아키 요코 그리고 한국의 중견배우 김상호와 이정은 등이 출연했다.

“국립창극단 ‘코카서스의 백묵원’ 연습을 하면서 주말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야끼니꾸 드래곤’ 편집을 하고 있어요. 연극이라는 장르의 속성상 ‘야끼니꾸 드래곤’을 보지 못했던 분들이 영화로 많이 봐주길 기대합니다.”

그는 최근 세월호와 블랙리스트 등 한국의 상황에도 관심이 많다. 내년 공연을 목표로 준비 중인 신작에는 세월호 사건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안산 합동분향소와 진도 팽목항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 블랙리스트 문제는 일본 예술계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하에 일본이 군국화를 향해 가고 있으니까요. 한·일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문화예술 교류는 예전보다 활발해졌는데, 일본 예술가들은 한국 블랙리스트에서 많은 시사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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