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英 테러범 3주 前 리비아 방문… 경찰, 3명 추가 체포


최소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의 자살폭탄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22세 리비아계 청년 살만 라마단 아베디(오른쪽 사진)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정부는 공범 또는 배후 단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앰버 루드 내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정교하다”며 “단독 테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찰은 맨체스터 남부에서 테러와 관련해 남성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영국 정부는 전날 테러 경보를 ‘심각한(severe)’ 단계에서 최고 등급인 ‘위태로운(critical)’ 단계로 격상하고 군인 5000명을 공공장소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맨체스터 테러를 계기로 오는 7월 15일 종료 예정인 국가비상사태 기간을 11월 1일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아베디는 지난 22일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4)의 공연이 열린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자폭 테러를 벌인 뒤 사망했다.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그는 한 살 터울의 형 이스마엘과 함께 살았다. 지난해 살포드대학을 자퇴한 뒤 케이크 공장에서 일해 왔다. 그는 3주 전 리비아를 방문한 뒤 테러 수일 전 맨체스터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라르 콜롱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아베디가 시리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연계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었다.

독실한 이슬람교도였던 그는 지인과 이웃에게는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그의 테러 소식에 지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 정부는 기존에 아베디의 존재를 인지했으나 위험인물이 아닌 ‘주변부 인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당초 그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날 정부 집계에 따르면 테러로 인한 부상자는 64명으로 늘었다. 이 중 20명은 중환자다. 시민 수천여명은 테러 현장 인근과 중심가 앨버트 광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어머니, 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던 8세 소녀 사피 로즈 루소스(왼쪽 사진)가 희생된 것으로 확인돼 영국 전역이 분노하고 있다.

여성과 10대 청소년이 다수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의 한 단면인 여성 혐오 사상이 이번 테러를 부추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란데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당당하고 주도적인 여성상을 표현해 왔다. 이번 공연명 또한 ‘데인저러스 우먼’(위험한 여성)이었다.

테러 현장에서 피해자를 돕던 노숙인들은 영웅으로 떠올랐다. 노숙인 크리스 파커(33)와 스티븐 존스(35)가 현장에서 부상자를 극진히 보살핀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이들에게 집을 마련해주자는 한 시민의 요청에서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에 각각 4만 파운드(약 5830만원) 이상 적립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