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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하는 사람들] “1.5초에 결판나는 영상, 치밀한 분석이 생명”



‘6월 26일, 오늘부터 우린 달라질 거야.’

사무실 한쪽 벽에 이렇게 적어두고 침대에 누웠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페이스북 페이지가 요동치고 있었다. 전날 밤 올린 동영상은 조회수 40만건을 돌파했고 5000번 넘게 공유됐다. 한 청년의 도전과 성공을 담은 영상이었다.

영상콘텐츠 제작사 ‘셀레브(sellev)’ 임상훈(33) 대표의 삶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온라인매거진 ‘무신사’, 패션잡지 ‘맵스’에서 일했고, 이어 패션지 ‘브로큰세븐’을 창간했다. ‘큐비즘’ 편집장을 거친 뒤 광고회사에서 ‘더아이콘티비’란 걸 기획했다. “큐비즘에 있을 때 홈페이지에 올린 인터뷰 기사에 짤막한 동영상을 첨부했는데 이게 대박이 났어요. 텍스트나 사진보다 영상이 콘텐츠를 담기 좋은 그릇이란 걸 깨달았죠.”

셀레브를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자기 분야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의 도전을 인터뷰 형식의 영상으로 제작하는 소셜미디어다. 작곡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디자이너, 사업가 등의 도전기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다. 첫 콘텐츠를 공개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지난 대선 때 투표 독려 영상 제작에 참여하는 등 급성장했다.

11명 직원 중 영상을 전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감(感)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으로 영상을 만든다. 재생 시간대별 시청자 추이를 보며 언제 독자들이 이탈하는지 살피고, 효과음도 수십개씩 바꿔가며 독자 반응을 본다. 독자들의 영상 시청 습관을 분석해 ‘지금 어디까지 봤는지’ 알 수 있도록 영상 아랫부분에 표시했다. 독자 참여를 유도해야 확산이 잘된다는 걸 깨닫고 영상 마지막 부분에는 하나씩 질문을 던진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1.5초 안에 영상을 볼지 말지 결정해요. 앞부분에서 승부가 나버리는 거죠. 그래서 핵심 내용을 큼지막한 자막으로 영상 초반에 팍팍 배치합니다. 그렇게 하니 조회수와 체류 시간이 높아졌어요.”

‘소셜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지금은 어때요?” 똑같이 이 질문을 임 대표에게 던졌다. “셀레브에서 첫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두 달간 하나도 못 만들었고, 멤버가 저까지 5명이었는데 3명이 그만뒀어요. 엄청 힘들었죠. 그때 제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어요. ‘그래도 1년 후엔 우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야.’”

현재 셀레브 페이스북 팔로어는 100만명이 넘는다. 임 대표는 올해 말까지 ‘4·12바이셀레브’라는 코워킹스페이스(협업공간)를 만들 계획이다. 청년들의 도전을 돕기 위해서다. “제 꿈은 저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바뀌는 거예요. 타인의 삶을 조명하고 기록하며 빛내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미국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인용했다.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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