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 편성을 놓고 찬반이 뜨겁다. 찬성론자들은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 수출효과에 따른 착시일 뿐 일자리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는 여전히 어렵다는 점도 추경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한다. 새 정부 초기 사회적 기대가 충만한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해야 정책효과가 크고 소득 주도 성장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찬성하는 쪽의 논리다.

반대론자들의 견해도 단호하다. 경제지표상 국가재정법 89조가 정하는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예산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도 추경 편성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수출 등 경제지표가 지속적 호전 상태에 있고,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높지만 전체 취업자 수는 증가세라는 점을 들어 추경 편성에 반대한다. 특히 예산으로 공무원 등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즉 추경이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 논리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현행 경기에 대한 평가와 추경의 법적 적합성에 대한 견해가 다를 뿐이다. 일자리 문제는 시장에 맡겨두기 어려울 정도로 난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공무원 등 공공 분야 일자리 마련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옳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찬반 양측의 전문가 주장을 들어본다.

박현동 논설위원

이래서 찬성 - 김유찬(홍익대학교 교수)
청년실업·양극화·中企 부진
확장적 재정정책 필요한 때


국가재정법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사유로 전쟁이나 자연재해, 대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 외에 경기침체와 대량실업도 열거하고 있다. 어떠한 수준의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을 말하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 상황에서 이에 대한 판단은 정책 당국자의 몫이다. 다만 정책 당국자는 재량권을 국가경제와 국민복지의 관점에서 엄정하게 행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기대하지 않았던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 대기업의 수출실적 호전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대다수 내수 기업과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 소득 정체와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로 소비 관련 경제지표는 부진하며 가장 중요한 고용시장에서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세는 여전하다. 특히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11.3%로 가장 높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경제 부진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문제, 그리고 경제 부진의 결과다. 중소기업 부진과 취약한 국내 수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업종의 수출 호조세를 근거로 추경 편성 등 정부 역할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경제에는 지금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 경제는 지속된 금융완화 정책으로 후유증이 크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세율 인하 추세와 작은 정부 지향의 경제정책은 필연적으로 국가경제의 모멘텀을 금융 확대, 즉 완화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2008년의 금융 위기를 일으켰으며 누적된 버블의 붕괴를 겪었다.

세계는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더 강력한 금융완화, 즉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를 실행하고 있다. 금융완화 정책은 소득계층 간 비대칭적인 대출 기회를 의미하며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일으켜 소득 및 자산 양극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는 경제정책 기조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국제적 공조가 최선이라는 것에 세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는 그러나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따로 더 있다. 바로 통합재정수지 흑자 때문이다. 우리의 국민연금이 연금지급액보다 납입액이 많은 시기이며 결과적으로 연금재정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실현하고 있다. 거시경제적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재정정책 측면에서 경제를 침체, 축소시키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재정 확장의 항목으로는 가장 먼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출을 들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제안됐다. 일각에서 반대 의견이 있으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의 규모는 국제 비교로 보아도 비효율을 야기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 제안된 소방, 경찰,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는 현재 인원 부족으로 그 격무를 3교대로 하지 못하고 2교대로 하고 있는 분야로서 경제나 재정의 논리 이전에 이미 그 필요성이 입증된 분야다. 결론적으로 공공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그로 인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키기보다는 그곳의 공급 과잉을 살짝 풀어주는 정도로 작용할 것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재정 확대를 반드시 올 하반기에 실행할 필요는 없으며, 꼭 필요하다면 내년도 일반예산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새로운 정부 시작과 함께 기대가 충만한 사회적 분위기 활용의 적기를 놓치게 된다. 경제에는 심리적 요인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다. 반년 이상의 기간을 예산이 동반되지 않는 경제정책으로 허송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99yckim@gmail.com

이래서 반대 - 조동근(명지대학교 교수)
수출·성장률 등 경제지표 호전
추경 필요한 상황 단정 어려워


우리나라 국민의 정책 유전자(DNA)는 케인스적 ‘국가개입주의’와 친화적이다. 그 기저에는 ‘개인의 자유보다 전체나 국가의 의지를 더 중시하는 이념’에의 매료가 자리 잡고 있다. 헤겔에 따르면 국가는 ‘자의식을 가진 도덕적 실체’이다. 국가를 야경꾼의 위치로 떨어뜨리는 것은 불경한 짓이다. 일반인의 눈에 시장은 불완전하고 국가는 전지(全知)한 존재로 비친다.

문재인정부의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이에 대한 화답이다. 추경 편성의 명분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리고 추경 편성을 위한 실탄도 확보한 상태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추경 편성은 ‘당위(當爲)’로 여겨진다. 국가정책은 일사천리가 능사가 아니다.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추경의 법적 요건을 ‘대규모 재해, 남북관계 변화, 경기 침체’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추경을 편성하려면 추가 부양을 통해 경기를 관리해야 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시그널은 일의적이지 않다. 지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구조조정 영향 등 ‘고용 하방요인’이 존재하지만, 전체 취업자 수는 2657만명으로 오히려 전년 동월 대비 42만명 증가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9% 성장했다.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도 우리나라 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했다. 추경이 필요한 경제 상황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추경 편성은 재정을 통한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과 닿아 있다. 문재인정부는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 7%로 높게 잡아놓고 있다. 박근혜정부 3.5%의 2배에 해당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정상적인 예산 편성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정도다. 추경을 편성해 가면서까지 추진할 긴절한 이유는 없다. 추경 편성이 새로 출범한 정부에 대한 ‘선물’이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닌 ‘큰 정부’, ‘낙수효과’ 대신 ‘소득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통한, 즉 기업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완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지 않았기에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의 효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 편의(偏倚) 없는 정책효과를 계측하는 것은 이론적으론 불가능하다. 정책을 ‘시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동시에 직접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와 감세로 그 정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가설을 기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낙수효과가 없다는 주장의 논거도 튼실하지 않다. 경제는 계약이 맞물림으로써 돌아간다. 경영진이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르지 않는 한 낙수효과가 없을 수는 없다.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는 것도 수출호조에 따른 낙수효과에 기인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재정을 통한 공무원 신규채용은 일종의 ‘셀프 고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일 발간한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만든 해외 현지 일자리는 2005년 53만개에서 2015년 163만개로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20만개에서 27만개 느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일본의 아베 그리고 프랑스의 마크롱 모두 민간의 활력을 살려 고용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dkch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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