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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돈 받은 의혹’ 사실이면 공화 지도부가 ‘적과의 내통’ 묵인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에 공화당 내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유착 정황을 제시했으나 당 지도부가 덮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공화당 지도부가 ‘적국과의 내통’을 묵인해준 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다. 자칫 공화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15일 공화당 지도부 회의에서 오고간 대화 녹음 자료를 공개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돈을 준다는 취지로 말하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발언 내용을 비밀로 하고 유출을 금지토록 했다는 게 요지다.

WP에 따르면 매카시와 라이언은 회의 전 의회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를 따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이후 라이언과 매카시, 스티브 스칼리스 원내총무를 비롯해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등 공화당 중진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가 진행됐다.

라이언은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맞서는 사람들이나 포퓰리스트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그로이스만 총리의 걱정을 전했다. 이에 로저스 의원은 “러시아가 선전전의 일환으로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비정부 기구들에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이어 매카시가 “러시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해 트럼프 관련 자료를 가져갔다”고 얘기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매카시는 “푸틴이 돈을 준 사람이 두 명 있다”며 공화당 소속 친러 의원인 대너 로라배처와 트럼프를 지목했다. 매카시는 “신께 맹세한다”고도 했다. 라이언은 곧바로 “이건 오프 더 레코드(비공개)”라며 “유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서로 비밀로 하자고 다짐하는 얘기들이 오갔다.

WP는 이에 대해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지난해 대선 당시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트럼프-푸틴 간 밀접한 관계를 알고도 비밀에 부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에반 맥뮬린 전 공화당 하원 정책국장도 “매카시가 크렘린의 지불 명단에 트럼프가 있다고 주장한 게 맞고, 라이언은 유출을 걱정했다”고 WP에 말했다. 라이언 의장 측은 “절대 그런 적 없다”고 일축했고, 매카시 측도 “그런 주장을 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가짜”라고 반박했다.

라이언 측 브렌단 벅 대변인은 “그건 완전히 농담이었다. 트럼프가 러시아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하원 원내대표가 진지하게 주장했다는 건 아무도 믿지 않는다”며 “하원의장과 당 지도부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계속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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