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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후 첫 대면 한·미정상… 사드·FTA 기싸움 예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정상회담은 수개월 진공상태였던 양국 간 정상외교를 메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상외교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였고, 미국 역시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를 떨쳐내지 못했다. 양국 사이에 있었던 미묘한 ‘엇박자’도 정상 간 소통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상회담 시기 역시 우리 정부 출범 후 한 달여 만에 개최된다. 이례적인 수준을 넘어 역대 정부에서 가장 빠를 정도다.

다만 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난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일단 두 정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사드의 경우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진이 통일되지 않은 메시지를 잇달아 던져 혼란을 키워 왔다. 한국도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사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의 기본적 운영에 관한 광범위한 사안을 논의했다”면서 “(사드 배치는) 이미 합의된 사안이다. 앞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면 한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은 한·미 FTA에 부정적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는 끔찍한 협상”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해온데 이어 지난 10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재협상을 거론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을 돌발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북 접근법에서는 한·미 양국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전임 박근혜정부의 대북압박 일변도 정책과 달리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와도 일정 부분 맥이 닿는다. 그럼에도 한·미가 대화 재개의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일 가능성은 여전하다. 포틴저 보좌관은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은 올바른 조건 하에서만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준비는 매우 촉박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회담 날짜가 잡혔는데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팀의 기본 틀조차 짜지 못했다. 특히 실무 책임자인 외교부 장관의 경우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과 장관 제청까지 기다리게 되면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다. 이런 사정은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반도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여전히 공석인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틴저 보좌관을 한국에 파견해 정상회담을 조율토록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포틴저 보좌관은 “양국은 모두 ‘젊은 정부(young administrations)’가 들어선 상태다. 한국 정부는 한 주밖에 안 됐고 미국 정부도 몇 달 전에 출범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오랜 동맹이며 그 뿌리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정권교체가 매우 부드럽게 이뤄져 놀랐다. 질투가 난다”고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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