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워터게이트보다 위험”… 트럼프 탄핵론 수면 위로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자체도 심각하지만 이 사건을 조사 중인 FBI 수장을 해고하고 ‘통화 녹음테이프’를 들먹이며 협박까지 하자 미국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FBI 등 국가기관을 무력화하는 ‘사법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대화 내용 테이프’ 존재 여부 및 협박 논란이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트위터에 “코미 전 국장은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들이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올렸다.

40년 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백악관이 동의 없는 녹음을 하는 건 사실상 금기였기 때문에 녹음테이프 언급 자체가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도 “대화가 실제 녹음됐다면 의회에 제출해 공개해야 한다”고 파상공세를 펼쳤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NBC방송에 출연해 “녹음테이프가 있다면 제출해야 한다”고 했고,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녹음은)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만약 녹음을 했다면 그들을 소환하고 테이프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녹음 자료 확보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 소환 얘기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러시아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과 후임 FBI 국장 인선을 연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FBI 국장 인선 저지 문제를 당 차원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FBI 국장 임명은 누가 특검에 임명되느냐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도 그레이엄 의원은 “러시아가 우리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헌법학자인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행위에 대해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된 (러시아 게이트) 조사를 방해하려고 코미 전 국장을 해고한 데다 이 과정에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또 코미 전 국장과 재신임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이 수사 대상인지 묻고 충성맹세를 요구한 점 등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그는 “이제 의회가 사법 방해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칼 번스타인은 이날 코미 전 국장 해임과 관련해 “지금은 어쩌면 워터게이트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아는 걸 막으려고 자신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NBC·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 해임 결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쳤고, 38%는 반대 의견을 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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