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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회사에 자유를 풀어두면 어떤 일이 생길까



‘회사에 자유를 풀어두면 어떤 일이 생길까?’

책 띠지에 적힌 저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잡았다. 세상에 차고 넘치는, 상명하복의 기업 문화를 바꾸라는 책들과 뭐가 다를까 반신반의하면서 말이다. 전하려는 메시지는 예상과 다르지 않다. 자율성이 담보될 때 능동적인 기업 문화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처럼 진부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전달한다. 지은이 브라이언 M. 카니는 과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위원을 역임한 학자이고, 아이작 게츠는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 교수다. 두 사람은 ‘기업 자율화 운동’의 선두에서 가시적 성과를 일군 회사들 사례를 그러모았다.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 회사의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고어택스 썬하이드로릭스 아이데오 등 직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생산성을 끌어올린 기업들 스토리가 이어진다. 해묵은 기업의 관료주의를 뒤흔들어 새로운 사내 문화를 만든 회사들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관료제의 성공은 다른 어떤 조직 형태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빚어진 논리적인 결과”라고 했는데, 독자들은 이들 회사의 성공담을 읽은 뒤에는 관료제를 예찬한 베버의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반박이 가능하다. 상명하복의 관료제를 탈피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주어지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겠냐고. 저자들은 이에 대해 사장과 직원이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구성원이 신뢰를 쌓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율적 팀에서의 신뢰란 팀원들과 무리 없이 일을 잘하는 것이다. 팀의 이런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는 직원은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온전한 자유를 부여하는 기업은 직원이 업무에서 행복감을 얻는 것을 넘어 해당 업계에서 계속 최고 자리를 유지한다.’

세계적 대기업인 3M을 이끌었던 윌리엄 맥나이트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직원을 작은 울타리 안에 가두면 그저 순한 양이 된다. 때문에 각자가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주어야 한다.” 책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발언이자 수많은 사장님들이 가슴에 새겨야할 충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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