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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증인 돼달라” CNN, 시리아 독가스 영상 공개


미국 CNN방송이 9일(현지시간)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지역의 참상을 담은 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지난달 4일 사린가스 공격을 벌인 곳이다. 알아사드 정부는 “화학무기 공격설은 100% 조작된 것”이라며 사건을 부인하고 있다.

충격적인 7분51초짜리 영상의 첫 장면은 “끔찍한 사진이 포함돼 있다”는 경고다. 회색 연기가 뒤덮은 마을을 배경으로 곳곳에 창백한 시신이 널려 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속옷만 입은 채 흙더미 속에 누워 있다. 이들 위로 화학약품을 씻어내려는 구조대의 물줄기가 덮친다. 마구잡이로 트럭에 실린 아이들은 숨을 헐떡인다. 거품을 물고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공격이 단행된 시각은 오전 7시쯤으로 주민들은 학교나 일터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언론이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상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CNN은 “화학가스 공격으로 숨진 사람들은 우리와 닮은, 특별할 게 없는 이들”이라며 “전쟁 범죄의 참상을 공개해 최소한의 관심을 촉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이 전쟁 범죄인지, 무엇이 악인지 진정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클라리사 워드 기자는 “우리는 이 사태를 꼭 지켜봐야 하고, 증인이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래 시리아에서는 최소 630만명이 집을 잃었고 470만명이 반군 포위 지역에 갇혀 연락이 두절됐다. 피란민은 500만명을 넘어섰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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