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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대선’… 이변은 없었다


제19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문재인 후보의 선거 전략은 시종일관 ‘수성전(守城戰)’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의 세력이 크게 꺾이면서 얻은 우위를 막판까지 지켜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대항마’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뒤집기를 이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 후보 측은 지지율 1위 독주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등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인식을 극도로 경계했다. 승리를 확신한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지 않도록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유세현장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적극 활용했다.

당내 통합을 위해 노력한 것도 승리의 발판이 됐다. 당내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끌어안아 경선 이후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했다. 경선 후 거취를 고민하던 ‘비문’(비문재인) 박영선 의원도 삼고초려 끝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후 선거운동은 별다른 내부 분열과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이번 승리는 환경적 요인에 힘입은 바가 가장 크다. 지난해 중반까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는 반기문 전 총장이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절에도 고향인 충청권의 지지를 발판으로 친박(친박근혜)까지 아우르겠다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지난해 5월 방한 이후에는 사실상 범여권 대표 주자로서 대권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콘크리트’에 비유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단번에 무너져 보수 우위의 정치 구도가 종식됐다. 그 파장은 대선 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반 전 총장까지 집어삼켰다. ‘친박 주자’라는 인상을 심은 것이 도리어 패착이 됐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월 12일 귀국 직후 대권 행보를 공식화했지만 지지율에서 문 후보를 따라잡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동생과 조카의 뇌물공여 의혹, 캠프 내부 갈등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다 2월 1일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최근 수년간 한국 정치권 최대 이슈였던 ‘반기문 대망론’이 허망하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민주당 내부에도 ‘적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선에서 맞붙었던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도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벼락치기 대선’은 신참 도전자가 힘을 키울 시간을 주지 않았다. 박 시장은 조기에 레이스를 포기했고 안 지사와 이 시장은 경선에서 문 후보에 압도적 패배를 당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를 마지막까지 위협했다. 안 후보는 갈 곳 잃은 보수층을 규합하고 민주당 경선 후에는 안 지사와 이 시장 지지자도 일부 끌어들였다. 안 후보는 한때 문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면서 ‘대역전극’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자를 많이 잃었고 막판 도약에 성공한 홍준표 한국당 후보에 보수 표심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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