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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한 票 혁명, 佛 기성정치를 뒤엎다… 마크로 대통령 당선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데가지즘(degagisme)’으로 요약된다. 몇 년 전 북아프리카에서 들불처럼 번졌던 ‘아랍의 봄’ 당시 나온 구호에서 비롯된 말로 “우선 갈아엎고 보자”는 의미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은 기존 주류 정치권에 파산선고를 내리면서 의석수 제로인 신생 정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아울러 극우 광풍과 유럽연합(EU)의 분열을 막아냈지만 험난한 ‘미지의 길’이 시작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가 66.10%(2075만3704표)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극우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 후보는 33.90%(1064만3937표)를 얻는 데 그쳤다.

마크롱은 승리 연설에서 “프랑스가 승리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들은 프랑스를 알지 못했다”며 “나는 프랑스와 유럽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겠다고 다짐했다.

마크롱의 당선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정치 경험이 일천하고 소속 의원이 없는 신생 정당의 ‘이단아’였지만 기존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신물이 난 프랑스인들은 그를 선택했다.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데가지즘’이었으니 구(舊)체제 청산에 대한 열기를 엿볼 수 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에는 경제가 추락하면서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일류 프랑스’가 무너진다는 불안감이 커진 배경이 있었다.

실제 최근 프랑스의 전국 실업률은 10%이고, 18∼24세는 24%에 달한다. 젊은이들은 부모세대보다 성공할 기회가 적다고 좌절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프랑스를 떠나면서 경제는 더욱 피폐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프랑스인들은 2012년 대선에서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뽑아 정권교체를 했지만 실망감만 느꼈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의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최악의 연쇄 테러 공격과 경기침체 장기화, 각종 정치 스캔들로 고전하다 고작 4%의 지지율로 엘리제궁을 떠나게 됐다. 국민들은 기존 양당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린 사회당과 공화당을 이번 선거에서 철저히 외면했다. 양당 후보는 결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프랑스인들은 그러나 극단이 아닌 중도를 택했다. 특히 마크롱은 유럽의 관문인 파리에서 약 90%를 득표했다. 현지에선 이를 ‘친유럽, 세계화 세력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르펜 후보는 프랑스인들의 불만과 공포를 이용해 극단적인 정책으로 세몰이를 했지만 결국 패했다. 그러나 득표율 34%를 기록하며 그 역시 돌풍을 일으켰다.

마크롱은 지금부터 더욱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당장 정부 구성과 다음 달 총선 승리뿐 아니라 실업난도 해소해야 한다. 르펜을 지지한 포퓰리즘, 극심한 좌우 분열, 테러 공포도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프랑스의 미래를 짊어진 39세 젊은 리더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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