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국립오페라단 자료집은 왜 공개되지 않았을까



Q :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 11월 공들여 만든 자료집을 아직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상황과 관련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A : 해외 국공립 오페라극장의 경우 제작한 작품에 대한 의상과 세트 등의 자료 정리가 잘 돼 있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은 자료가 거의 없다.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공연이 끝나면 자료를 대부분 소각해 왔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 입장에선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2014년 7월 취임한 김학민 예술감독은 자료가 남아있는 2010년도부터 작품들의 무대세트와 도면, 의상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담은 영문 자료집 출간을 기획했다. 이 자료집을 해외 오페라계와 국내 도서관 등에 배포해 국립오페라단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해 11월초 ‘국립오페라단 2010/2016 프로덕션&디자인’을 펴냈다. 2010∼2016년 제작한 작품들의 무대와 각종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국립오페라단 역사상 처음 시도된, 의미 있는 출판물이다.

하지만 이 자료집은 아직도 외부에 배포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오페라계 내부에서도 이 자료집의 존재 자체를 모를 정도다. 자료집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진과 인사말이 큼직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감독 인사말만 넣는 게 일반적이지만 가끔 산하 기관의 중요한 공연 등에는 장관 인사말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해 문체부 산하 예술단체나 기관의 공연 프로그램이나 자료집에 장관 사진과 인사말까지 넣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2년 국립오페라단이나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을 맞아 발간한 ‘50년사’에도 장관 사진과 인사말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 자료집에는 조 전 장관 외에 박용만 이사장의 인사말까지 들어가 있는데, 이 역시 일반적이지는 않다.

오페라계 관계자는 “오페라 애호가로 유명했던 조윤선 전 장관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 마침 11월초 촛불 시위가 격화되고 블랙리스트 파문이 심각해지면서 책이 논란을 일으킬까봐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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