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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NAFTA 탈퇴 않고 재협상”


미국 백악관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탈퇴하는 대신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탈퇴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불과 몇 시간 만에 뒤집은 것으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결정으로 캐나다, 멕시코 정부는 물론 북미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일단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오후 10시33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각각 통화한 뒤 ‘당장은(at this time)’ NAFTA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 정상이 NAFTA 재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을 통해 NAFTA를 개정할 수 있어 기쁘다. 이는 3개국을 더욱 강하고 좋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고위관리를 인용해 이르면 이번 주말 NAFTA를 탈퇴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 초안이 공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행정명령을 NAFTA 재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경우처럼 실제로 NAFTA 탈퇴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에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2% 폭락했고, 캐나다 달러도 0.3%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과 의회 간 NAFTA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내각 내에서도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온건파와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 등 강경파의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어 이런 혼선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NAFTA 재협상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며 NAFTA를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미국 경제는 5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은 고작 1.6% 올랐다. 무역적자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거듭 비판해 왔다. 최근 미 상무부는 캐나다산 목재에 2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가 미국산 치즈 원료용 우유에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재협상을 통해) 모두에게 공정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그땐 NAFTA를 끝내겠다(terminate)”고 언급해 또 다른 여지를 남겼다.

한국 기업들은 NAFTA 재협상 소식에 일단 한시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포스코, 삼성전자, LG전자 등 많은 한국 기업이 무관세 혜택을 활용,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북미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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