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나랑 통하는 대통령 후보 빅데이터·AI가 콕! 찍어준다



직장인 윤모(27)씨는 페이스북을 둘러보다 친구들이 자신과 맞는 후보의 글을 공유해 놓은 것을 보고 ‘누드대통령’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자신과 가장 잘 맞는다는 후보자가 나왔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단순한 호감도로만 대선 후보를 지켜봐 온 그는 후보자별 공약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됐다. 윤씨는 “후보 각각의 공약을 일일이 확인해 보기 어려운데 질문 몇 개만 답하면 내 의견과 비슷한 후보를 찾을 수 있어 간편하다”며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누드대통령’ 서비스 이용자는 25일 기준 60만명을 넘어섰다.

제19대 대선이 열흘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례없이 짧은 대선 준비 기간에 유권자들은 쉽게 후보자를 택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16∼18대 대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31.6%의 유권자가 대선 2주 전에 후보를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당일에 지지 후보를 정하는 비율은 2.2%였다.

투표에 대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82.8%로 지난 대선에 비해 4.6% 포인트 늘었다. 특히 20대 유권자의 경우 그 비율이 84.2%로 대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기간에 나와 맞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선 공약집이나 토론회를 챙겨 보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이 같은 수고로움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덜어주고 있다.

대선 트렌드 읽는 빅데이터

빅데이터와 AI 기술은 대선을 맞아 이용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선거 때마다 여론을 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는 ‘구글 트렌드’가 꼽혀 왔다. 구글에서 많이 검색된 후보자 이름에 따라 관심도를 볼 수 있는데, 여론의 움직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이 언급된다는 건 정치인들에게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구글 트렌드에 대선 후보 5인의 이름을 넣고 검색해 보니 23일 기준 관심도 1위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대선 페이지를 오픈하고 관련 뉴스를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는 대선 특집 페이지에 콘텐츠 추천 AI 서비스인 ‘루빅스(RUBICS)’와 뉴스 분석 알고리즘인 ‘MC2(미디어 콘텐츠 클러스터)’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사를 반영한 맞춤형 뉴스를 노출한다. 그렇다고 특정 후보에게 편향된 뉴스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마다 즐겨보거나 많이 보는 뉴스의 취향을 분석해서 각각 다르게 노출하고 있다”며 “키워드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워드’로 엿보는 여론

카카오는 ‘키워드로 보는 대선’과 ‘공약 키워드’ 코너로 자연어 처리와 AI 기술을 활용해 뉴스를 분석, 시각화해 보여준다. 뉴스에 포함된 키워드와 발언 내용, 화자를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해 추출하고 후보자의 발언과 공약의 유사성을 분석해 자동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후보자별 공약 키워드는 각 후보자가 많이 언급한 공약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제시한다.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정치개혁, 안보·외교를 많이 언급했고 안철수 후보는 자강안보, 교육·과학, 정치혁신을 많이 다뤘다. 홍준표 후보는 안보·외교와 기업·일자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역시 ‘뉴스 키워드맵’과 ‘댓글 키워드맵’에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 23∼24일 뉴스에 많이 나온 단어들은 ‘문재인 주택 정책 발표’ ‘안철수 문재인 아들’ ‘대선 벽보 훼손’ 등이 꼽혔다. 사용자들이 작성한 댓글에서 많이 등장한 단어들도 추려져 있다. 지난 24일 기준으로는 ‘문재인’ ‘안철수’ ‘국민’ ‘토론’ 등의 단어가 많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 ‘수준’ ‘네거티브’ 등의 단어도 등장해 대선 과정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유권자의 생각도 반영됐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일부러 제외하는 사례도 있다. 네이버는 후보자 정보를 등록하는 시점인 지난 17일부터 투표 종료 시점인 5월 9일 오후 8시까지 후보자명에 대한 자동완성과 연관검색어 노출을 중단한다. 네이버는 후보자 이름과 결합된 일부 자동완성어와 연관검색어에 대한 선거법 위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이를 시행해 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동완성이나 연관검색어는 검색이나 클릭 수, 단어 추출 등을 종합해 제시된다”며 “선거법 위반이라는 리스크를 미리 막기 위해 자동완성과 연관검색어 노출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후보 정보만 ‘맞춤형’으로

메신저로 간편하게 후보자별 공약이나 정보를 받아볼 수도 있다. 카카오톡에서 대선봇 ‘로즈’를 친구 추가하면 ‘오늘의 이슈’ ‘나의 투표소 확인’ ‘후보자별 공약’ 등을 볼 수 있다. 채팅창에서 알고 싶은 정보를 선택한 뒤 명령어를 입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투표소를 확인하고 싶다면 채팅창에 자신의 거주지를 입력하면 곧바로 투표소 목록이 나온다.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대화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는 대선 후보자들이 등록돼 있다. 대선 후보자의 플러스친구를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하면 후보자의 콘텐츠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이를 자신의 카카오톡 친구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하는 후보자와 일대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챗봇 형태는 아니지만 메시지를 보내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각 후보 캠프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며 “후보마다 다르겠지만 일대일 상담원을 쓰거나 후보 캠프에서 직접 답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대선 예비 후보자의 플러스친구를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하고 있다. 다음 인물 검색 결과에 플러스친구 정보를 반영하고 카카오톡 채널탭과 대선 특집 페이지에도 후보자의 플러스친구 계정과 콘텐츠를 노출하고 있다.

글=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