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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성지순례, 제대로 하려면
최근 기독교 성지순례지를 방문했다. 이집트 시나이반도 시내산 일대와 이스라엘이었다. 시내산은 9년 전 발생한 한국인 순례객 버스 테러로 여행 제한 지역이었으나 지난해 8월 여행 경보가 완화되면서 다시 여행길이 열렸다. 아직 많은 사람이 찾지는 않지만 점차 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애굽’ 루트는 기독교 성지순례 여행의 출발점이 된다. BC 1446년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를 떠나 홍해를 건넌다. 이후 곧바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광야로 내몬다. 그렇게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은 시내산에서 하나...
입력:2023-02-11 04:10:01
[빛과 소금] 외로움의 반대말은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외로움을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 정의한다. 그닥 어렵지 않은 이 단어의 의미를 알려고 사전까지 찾은 데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한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시리즈 때문이다. 여기서 든 의문. 외로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였다. 어디에서도 외로움의 반대말은 찾을 수 없었다. 한글만이 아니었다. 영어도 다르지 않았다. ‘외로움의 반대말은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은 반대말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사회신경과학 분야 창시자인 존 카치오포 미국 시카고대 ...
입력:2023-02-04 04:05:01
[빛과 소금] 쿠르드 난민의 환대
급진 수니파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피해 시리아에서 접경국 레바논으로 피신한 난민이 12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로마의 빵 바구니’로 불리던 레바논 곡창지대 베카주 일대에서 소작농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쿠르드족 출신의 난민 술레이만씨 가족도 이런 부류다. 지난달 한 선교단체를 따라나선 탐방길에 크리스천이 된 술레이만씨 집에서 하룻밤 묵는 기회를 얻었다. 난민 가정 숙박 체험을 요청한 게 아니라 이들 가정의 초대에 응한 것이었다. 가장인 술레이만의 이름은 솔로몬의 이슬람식 이름이다. 부귀&mi...
입력:2023-01-28 04:10:01
[빛과 소금] 자립준비청년과 동행하는 교회
설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설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정겹게 덕담과 설 음식을 나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명절에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 복지시설의 무연고자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취업준비생들. 특히 만 18세가 넘어 홀로 자립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은 명절 때가 더욱 외롭다고 한다. 정들었던 보육원을 떠났지만 돌아갈 고향도, 기다려주는 가족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설 명절 때 간절히 원하는 것은 설빔이나 맛있는 음식보다 가족끼리 나...
입력:2023-01-21 04:10:01
[빛과 소금] 한국교회 신뢰도를 높이려면
한국교회 신뢰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신뢰도, 호감도가 낮아서 걱정이라는 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져서 더 걱정이라며 다른 종교와 비교해도 낮은데 그래서 자성해야 한다거나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성직자 호감도도 마찬가지라며 여러 원인과 대책을 논한다. 실제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일반인 1000명 대상의 지앤컴리서치 설문에서 한국교회 신뢰도는 18.1%였다. 2년여 전보다 13.7% 포인트 떨어졌다. 호감도 순은 불교(66.3%) 천주교(65.4%) 기독교(25.3%)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혹자들은 교회가 세상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서...
입력:2023-01-14 04:10:01
[빛과 소금] 날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250년 전인 1773년 1월 1일, 영국 올니 시장 마을의 한 교회. 이 교회 성도들은 신년을 맞아 새로운 찬송을 불렀다. 찬송은 죄악 속에 있던 인간을 구원한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하는 내용이었다. 새 찬송은 세월이 지나면서 영국 전역으로 퍼졌고 어느덧 미국으로 건너가 모든 교회 사이에 확산됐다. 처음엔 서부 개척지 부흥을 위한 노래로, 나중엔 흑인 교회의 영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20세기 찬송가의 표준이 됐고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찬송이 됐다. 존 뉴턴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한국교회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305장)이다. 최근 미...
입력:2023-01-07 04:05:01
[빛과 소금] 패딩과 헌금
‘기독교 색채는 드러내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성탄절을 앞두고 한 기독교 단체가 서울 도심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기 전 취재진에게 요청한 사항이다.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캠페인이니 종교와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는 설명을 부연했다. 이 단체의 당부는 최근 교회나 선교단체를 이끄는 사역자들을 만날 때도 심심치 않게 듣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대놓고 교회가, 기독교 단체가 한다는 걸 알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다. 예수님의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
입력:2022-12-31 04:10:01
[빛과 소금] 정말 중요한 것은
꼭 15년 전인 2007년 12월 중순. 충남 태안 앞바다는 해안선을 따라 검은 기름띠로 뒤덮였다. 온갖 어패류가 폐사했고, 어민들의 피해는 막대했다. 유조선과 예인선이 충돌하면서 원유 1만2547㎘(200ℓ들이 드럼통 6만2700개 규모)가 유출된 사고 탓이었다. 역대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터진 지 1주일 만에 교계 차원에서는 ‘서해안 살리기 자원봉사단’이 꾸려졌다. 한 달 뒤엔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이 공식 발족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 자원봉사자들과 지원 물품 등이 급속도로 줄어들자 ‘우리 교회들이 힘을 한번 모아보자’...
입력:2022-12-24 04:05:01
[빛과 소금]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
최근 한국·이스라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예수님이 유소년기에 부모와 함께 살았던 나사렛 집터 ‘요셉의 동굴’이 30년 만에 한국 취재진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10평 남짓한 집터의 높이는 2~2.5m에 불과했고, 지상으로 통하는 구멍으로 빗물을 받아 생활했다고 한다. 과연 2000년 전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이 살았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좁고 허름한 곳이었다. 하지만 로마 교황청이 요셉의 동굴을 예수님이 부모와 함께 살았던 장소로 공인했고, 그 집터 위에 성요셉교회가 세워졌으니 어느 정도 고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겠다. 예수님은 탄생...
입력:2022-12-17 04:10:01
[빛과 소금]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다 치자. 조금 심각한 병, 암에 걸렸다고 하자. 회사 동료도 좋고 같은 교회 성도도 좋다. 보통 크리스천이라면 아픈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기도하겠습니다.” “괜찮아질 겁니다.” “하나님께서 고쳐주실 겁니다.” 보통 목회자라면 이렇게 한다. “기도합시다.” “하나님께서 고쳐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다고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병은 나았습니다.” “믿음대로 됩니다.” “소망을 가지세요.” 지...
입력:2022-12-10 04:05:01
[빛과 소금] 사우디에 복음의 꽃 필까
요즘 전 세계 뉴스 메이커는 단연 무함마드 빈 살만(MBS)인 것 같다. 37세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개혁 드라이브가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수도 리야드에 활주로 6개를 갖춘 초대형 공항인 ‘킹살만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연간 여행객 1억2000만명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4개 활주로 중 3개 활주로를 운영 중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 10월엔 네옴시티의 핵심 주거단지 ‘더 라인’의 터파기 공사 현장이 공개되면서 네옴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더 ...
입력:2022-12-03 04:10:01
[빛과 소금] 한달살이, 그리고 공감
필리어스 포그는 영국 런던 저택에서 혼자 살며 면도용 물 온도를 못 맞췄다는 이유로 고용한 사람을 해고하는 괴팍한 사람이다. 그런 포그가 클럽 회원들과 대화하다 뜻밖의 내기를 했다. 80일 이내, 1920시간, 11만5200분 안에 세계 일주를 한다는 내기다. 잡지에 연재되다 엄청난 인기를 끌며 1873년 책으로 출간된 쥘 베른의 ‘경이의 여행’ 시리즈 중 하나인 ‘80일간의 세계 일주’ 얘기다. 포그는 이 책 주인공이다. 어릴 적 필독서로 읽을 때만 해도 주인공의 예사롭지 않은 성격, 장 파스파르투라는 하인과의 조화, 일주하며 발생하는 해프...
입력:2022-11-26 04:05:01
[빛과 소금] 만추에 만난 사람들
초등학교 1학년 때쯤인 것 같다. 우리집에 들른 교회 집사님이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집사님이 타고 온 자전거를 갖고 놀다가 양쪽 바퀴 바람을 다 빼고 말았다. 아버지는 노발대발 꾸중을 하시는데, 집사님은 크게 한번 웃으시고는 자전거를 손수 끌고 나갔다. 그때 그분 집이 가까운 곳은 아니었기에 많이 미안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달 초, 그 집사님이 사는 전남 진도에 다녀왔다. 자전거 사건 이후 집사님의 삶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던 일을 관두고 신학에 입문해 목사님이 됐다. 그는 지도 한 장 들고 아내와 어린 삼남매를 데리고 진도 땅을 밟았다. ...
입력:2022-11-19 04:10:01
[빛과 소금-윤중식] 좌우지간 초갈등사회를 풀자
갈(葛)과 등(藤)나무는 같은 덩굴 식물이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을 타고 오른다. 정반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둘이 만나면 도저히 풀 수 없을 정도로 줄기들이 뒤엉킨다. ‘가뭄에 비가 와도 개미는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개미는 항상 맑은 날을 좋아한다. 비가 와서 물이 고이면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개미의 입장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가뭄이 심해서 산천초목이 말라 죽고 사람이나 동물이 마실 물이 없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가뭄에는 비가 와야 한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개미는 비가 오는 동안 일을 잠시 접고 쉬고 있어...
입력:2019-11-23 04:05:02
[빛과 소금-송세영] 82년생 김지영 관람법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관객 수가 개봉 18일째인 지난 9일 300만명을 넘어섰다. 소설을 읽고 공감했거나 먼저 관람한 이들의 입소문을 듣고 극장을 찾은 이들이 많았다. 영화가 개봉도 되기 전부터 ‘별점 테러’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되자 호기심에 보러 간 이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반발해 극우 성향 일베 회원들이 벌인 유니클로 구매 인증하기가 역효과를 낸 것과 비슷하다. 유니클로를 일베나 입는 옷으로 만들어버려 불매운동에 오히려 ...
입력:2019-11-16 04:10:01
[빛과 소금-노희경] ‘상하이의 쉰들러’ 허펑산
중국 상하이에 유대인 난민 기념관(Shanghai Jewish Refugees Museum)이 있다. 최근 상하이 여행 중에 알게 됐다. 아니,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이렇게 먼 상하이까지 건너왔다고?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그들은 기념관 인근에 게토를 이뤄 살았다. 유대인 기념관은 와이탄, 동방명주 등 멋진 빌딩과 야경을 자랑하는 상하이 중심에서 북쪽 훙커우구에 있다. 티란차오 역사문화관광지역의 옛 건물 복원이 한창인 허름한 건물들 틈에 3층 높이로 회당이 세워져 있었다. 1층은 모세예배당으로 불리는데, 상하이에 있는 두 개의 유대 회당 가운데 한 곳이다. 2, 3...
입력:2019-11-09 04:05:01
[빛과 소금-전정희] 해 아래 학대 그리고 정치목사
# 1760년대 유럽에서 야곱 구예라는 평범한 농민이 갑작스레 스타가 됐다. ‘클라인조그’, 즉 ‘선한 조그’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사회개혁가 히르첼이 이 촌부를 발굴했는데 야곱은 질박한 입담으로 계몽 귀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히르첼은 그를 ‘농촌의 소크라테스’라는 개념으로 순회 전도자로 만들었다. 루소와 괴테가 열광했을 정도다. 괴테는 야곱이 스위스 시골로 순회 전도에 나서면 ‘성지순례’라며 따라나서기도 했다. 야곱은 농민들에게 말했다. “우리 각자가 본분에 충실히 하는 것이 피차에 선을 행하...
입력:2019-11-02 04:05:01
[빛과 소금-윤중식] 즐거운 나의 집과 조국 전 장관
1852년 4월 10일 미국의 한 시민이 알제리에서 사망했다. 31년이 지난 뒤 미국 정부는 군함을 보내 그의 유해를 본국으로 운구했다. 유해가 뉴욕에 도착하던 날 부두에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수많은 시민이 줄지어 나와 운구행렬을 맞으면서 모자를 벗고 조의를 표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정치가나 장군도, 위대한 과학자나 기업인도 아니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내 집뿐이리.” 이 노래의 원제목 ‘홈 스위트 홈(즐거운 나의 집)’은 영국...
입력:2019-10-19 04:05:01
[빛과 소금-송세영] 교회와 공공건축
2002년 서울시장 선거의 쟁점은 청계천 복원이었다. 야당의 이명박 후보는 ‘임기 내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통 대책과 보상 문제 등 난제가 많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큰소리쳤다. 건설사 사장 출신이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당의 김민석 후보도 장기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충분한 연구를 하고 대책을 세운 뒤 추진하겠다며 신중론을 폈다. 김 후보는 그 재원으로 시민들의 복지를 확충하겠다고 맞섰고 지지자들도 청계천 복원 비용으로 임대아파트를 짓는 게 낫다고 옹호했다. ...
입력:2019-10-12 04:05:02
[빛과 소금-노희경] 가을엔 화평케 하소서
“지금 한반도를 영적 지도로 그려보면 울분 덩어리입니다. 반목은 깊어가고 분노는 쌓여가고, 여기저기서 싸움을 걸어옵니다. 불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그리스도인은 ‘피스메이커’(평화를 만드는 사람)가 되어야 합니다. 평화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하나님은 평화를 이미 우리에게 주셨는데, 지금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피스메이커로 역할을 감당해주길 원하십니다. 내 안에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이 평화가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그 ‘사건’을 경험하기를 바랍니다.&rdquo...
입력:2019-10-05 04:10:01
[빛과 소금-전정희] ‘야매’ 설교
“이 사람들아 ‘야미’ 설교라도 해야지 않는가.” 1940년대 초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발악하고 있었다. 각 교회는 일본의 감시가 무서워 ‘천황의 충량한 신민’으로서 예를 다했다. 교회는 신사참배, 동방요배, 황국신민 서사 제창을 하면서 교화기관으로 전락했다. 무력 앞에 훼절하는 목회자가 속출했고 적극적으로 친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의 무디’로 불리는 부흥사 이성봉(1900~1965) 목사는 당시 반일 설교 내용이 문제가 되어 기소된 상태에서도 만주, 황해도, 평안도 등 각 처소를 돌며 말씀을 전했다. 갈...
입력:2019-09-28 04:05:01
[빛과 소금-윤중식] 다산 정약용과 조국
동백꽃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 선운사에 ‘신비한 책’이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 책은 사찰 뒤편 깎아지른 절벽에 조형된 마애불 배꼽 안에 들어 있다고 했다. 책을 얻는 사람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돌았다. 1789년 어느 날 전라감사 이서구가 이 책을 가지려고 했다. 그래서 배꼽에 손을 대자 갑자기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는 바람에 책을 꺼내지도 못하고 도로 넣었다는 얘기가 퍼진 뒤로는 그 책을 빼내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책 사건으로부터 1세기가 흐른 1890년대 조선의 운명은 풍전등화였다. 온갖 상소문이 범람하는 등 정...
입력:2019-09-07 04:05:01
[빛과 소금-송세영] 사이다 신드롬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메 답답할 때는 톡 쏘는 사이다가 필요하다. 속이 더부룩하고 체한 듯 거북할 때도 사이다 한 모금이면 시원해진다. 사이다는 인스턴트 음료이지만 최근에는 정치나 사회 분야에서 형용사로 더 많이 쓰인다. ‘사이다 발언’이 대표적인 예인데 고구마같이 답답한 상황에선 박수를 받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교수 시절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던진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모은 SNS 스타다. 이제 그 발언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다’라는 말을 줄인 ‘조적조’...
입력:2019-08-31 04:05:02
[빛과 소금-노희경] 내 아이를 위한 기도문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내내 잊히지 않는다. 재취업에 성공했고 새 아파트로 이사까지 하며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친구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단다. 아들이 다른 반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아 다쳤으니 빨리 학교로 오라는 거였다. 한달음에 간 학교에서 마주한 아들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온통 멍투성이였고 팔이며 손엔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역력했다. 몇 대를 맞았는지조차 모른...
입력:2019-08-24 04:05:01
[빛과 소금-전정희] “가하면 예라고 대답하십시오”
지난 13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한국교회를 향해 ‘위기를 기회로’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한·일 간의 깊은 갈등과 분쟁을 보니 마음이 심히 무겁고 답답함을 감출 길 없다’로 시작되는 성명문은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적 침략과 찬탈, 그리고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한·일 무역분쟁을 일으켜 심각한 경제적 위협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문은 또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
입력:2019-08-17 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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