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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의 알뜻 말뜻] 직설과 적선
지하철 3호선 환승 통로에 웬 남자가 중얼거리며 서 있다. 사람들을 향해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바로 옆을 지날 때야 무슨 말인지 들을 수 있었다. “배고파요. 추워요.” 구걸하는 이다. 행색이 남루하다. 사실 나는 이런 이들에게 그다지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어서 웬만해서 지갑을 여는 일이 없다. 정해진 후원금을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적선을 하는 것은 매년 12월 처음 눈에 띄는 구세군 냄비에 1만~2만원을 넣는 연말의 작은 통과의례 정도다. 퇴근길 사람들로 붐비는 환승역에서 그를 스쳐 몇 발짝 나아가던 발길을 돌려, 그에게 만원짜리 1장...
입력:2020-01-11 04:05:02
[가리사니] 화성에서 온 북한, 금성에서 온 미국
비핵화 개념 놓고 30년 넘게 동상이몽… 기회 다시 주어지면 주춧돌 마련에 총력을 비핵화(denuclearization) 개념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동상이몽은 북핵 문제가 산생한 때부터 30년이 넘도록 깨이지 않았다. 북·미 양측이 그동안 도출했던 수많은 비핵화 합의들이 하나도 이행에 이르지 못하고 휴지조각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 제목에 비유하자면 ‘화성에서 온 북한, 금성에서 온 미국’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법적이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핵무기 개발 ...
입력:2020-01-13 04:10:01
[한반도포커스] 비핵화, 새로운 시작의 전제
2020년 새해에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복잡하다. 지난 2년간 희망 속에 추진된 ‘한반도 비핵화’ 여정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됐고, 장기 공전에 빠지면서 거의 체념 상태다. 북한은 비핵화 첫 단계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세워 미국에 제재 해제나 완화를 요구하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비핵화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비핵화 방식에 대한 논의 진전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기대를 걸었던 한국 정부는 곤혹스럽다....
입력:2020-01-13 04:05:02
[청사초롱] 나의 버킷리스트
“해 넘긴 달력을 떼자 파스 붙인 흔적 같다./ 네모반듯하니, 방금 대패질한/ 송판 냄새처럼 깨끗하다./ 새까만 날짜들이 딱정벌레처럼 번진 것인지/ 사방 벽이 거짓말같이 더럽다./ 그러니 아쉽다. 하루가, 한 주일이, 한 달이/ 헐어놓기만 하면 금세/ 쌀 떨어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갔다./ 공백만 뚜렷하다./ 이 하얗게 바닥난 데가 결국,/ 무슨 문이거나 뚜껑일까./ 여길 열고 나가? 쾅, 닫고 드러눕는 거?/ 올해도 역시 한국투자증권,/ 새 달력을 걸어 쓰윽 덮어버리는 것이다.”(문인수, 시 ‘공백이 뚜렷하다’ 전문) 새해는 “매양 추위 ...
입력:2020-01-08 04:10:01
[이흥우 칼럼] 이제 유권자의 시간
90여일 앞둔 4월 총선, 중앙·지방정부에 이어 의회권력 탄핵 민심에 따라 재편하는 의미있는 선거 ‘동물적’ 20대 국회와 확연히 다른 21대 국회 원하면 유권자도 달라져야 총선이 목전에 다다랐다. 그 룰을 다루는 공직선거법은 동물국회를 거친 끝에 겨우 지난 연말에서야 확정됐다. 예비후보 등록이 진작 시작됐지만 내 선거구가 인구 분포 변화에 따라 조정되는 건지, 아닌 건지 아는 이가 없다. 선거법에 국회의원 선거구는 중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해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지...
입력:2020-01-08 04:05:01
[아재 기자 성기철의 수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이수성 총리의 반말 호명 기억… 김춘수의 ‘꽃’이 묘사하는 의미 이름 불러줘야 들꽃이 장미 돼… 호감 사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 20년도 훨씬 더 된 얘기다. 정치부 기자로 국무총리실을 담당하게 돼 ‘신고’를 했다. 정부 광화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몇몇 신규 출입 기자들과 함께 이수성 당시 총리와 면담하는 상견례. 그날 점심식사 후 청사로 들어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간부 서너명과 함께 식사하고 들어오던 이 총리를 딱 마주치게 됐다. 짧은 대화 한 토막. “어어 기철이 점심 뭐 먹었나?” “아 예. ...
입력:2020-01-07 04:05:01
[돋을새김] 전광훈과 한국당
전광훈 목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국민이 총격을 가해서 죽인다니까(…) 다른 나라 같으면 누가 저런 대통령을 살려 주겠나” “문재인은 심장마비로 죽는다” “문재인 목을 따야 한다” “문재인 저X 쳐내면 가정·직장·교회의 앞날이 열린다” “문재인 저X을 끌어내려 주시옵소서” “문재인은 하나님이 폐기처분했다” “독일 히틀러를 교훈 삼아”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입력:2020-01-07 04:05:01
[가리사니] 규제는 무조건 악이라는 ‘불편한 이분법’
규제는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 최소한의 규칙 허물지 않는 개혁이어야 3% 성장을 자신했던 한국 경제가 2%도 불안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2.4% 성장을 예측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힘들었던 건 성장 먹거리의 실종 때문이었다. 반도체 수출에만 의존한 경제는 관련 분야가 흔들리자 속절없이 무너졌다. 과거에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서로의 부진을 보완했지만, 지난 몇 년간은 모두 함께 위기를 겪는 최악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
입력:2020-01-06 04:10:01
[한반도포커스] 미·중 갈등의 세 가지 리스크
새해에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좋아지기를 누구나 바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국제환경은 더욱더 불투명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의 국제환경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미·중 강대국 갈등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구조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우선 미·중의 하이테크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의 압력이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하이테크 기술을 훔친다고 보고 이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8년 여름 이후 미국은 자국...
입력:2020-01-06 04:10:01
[편의점 풍경화] 2020년에는 스무 권의 책을
힘들다. 손님들이 좀비처럼 보인다. 세상 모든 사람이 눈이 멀어 더듬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다닐 때, 우리 편의점도 지금 이 손님들에게 무참히 약탈당하겠지. 주제 사라마구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내내 그런 상상을 했다. 코맥 매카시 소설 ‘로드’에는 지구 멸망 후 살아남은 어린이가 어렵사리 발견한 콜라 한 캔을 들이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뒤로 편의점에서 콜라를 진열할 때면 ‘이것이 인류 마지막 콜라는 아닐까’ 엉뚱한 사명감을 느끼곤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입력:2020-01-04 04:10:02
[편의점 풍경화] 성탄 선물은 오직 당신뿐
머피의 법칙.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법칙. 우산 챙겨 나간 날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더라는 법칙. 미팅 가서 “쟤만 빼고 다 괜찮아” 하고 있으면 꼭 걔랑 나랑 짝이 되더라는 그런 법칙. 편의점 점주들에게도 머피의 법칙이 있다. 편의점 머피의 제1 법칙, 완판(完販) 회피의 법칙. 삼각김밥, 햄버거, 도시락, 샌드위치…. 평소에는 유통기한 내에 팔리지 않는 녀석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그런데 거참 희한하게도 내가 배가 고파 뭐든 하나 먹고 싶은 날에는 모든 먹거리가 사르르 모두 팔린다. 삼각김밥 하나 남아 있지 않다. 텅 빈 진열대를 ...
입력:2019-12-14 04:05:01
[신종수 칼럼] 김진표 총리 불가론에 대한 몇 가지 반박
민주노총 반대로 배제하면 한 줌의 인재풀만 남을 것 지지층 아닌 중도층 보고 인선해야 총선에 긍정적 영향 향후 정책 운용 실용적이고 유연하게 할 것이란 신호 줘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노총 등 일부 진보 세력의 반대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총리로 기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다른 이유도 아니고 민주노총이 반대하면 총리 인사도 영향받는 세상이 됐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문 대통령이 만일 그런 선택을 한다면 최악의 인사 사례로 꼽힐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민주노총 반대로 김 의원 카드를 접을 경우 문 대통령은 지지...
입력:2019-12-11 04:05:02
[뉴스룸에서-박재찬] 만나서 얘기할까
요즘 초·중·고등학교에서 가정방문은 흔하지 않다. 부모의 학교방문이나 전화 상담으로 많이 대체됐다. 행여 가정방문을 하는 학교에서는 신청서를 낸 가정 등에 한해서만 방문이 이뤄진다. 기독교 성향의 교사모임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매년 가정방문 캠페인을 펼친다. 단체 창립 이래 19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열 번의 상담보다 한 번의 가정방문이 낫다’가 캐치 프레이즈다. 이 단체 홈페이지엔 회원 교사들의 ‘가정방문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가정방문 예찬론이 대부분이다. ‘(아이들 가정을 방문하면) 부모...
입력:2019-11-25 04:05:01
[편의점 풍경화] 나는야 편의점 바지사장
“1100원입니다.” 자신 있게 삑― 바코드를 스캔했다. 그랬더니 헉― 계산기 화면에 1200원이 표시된다. 이게 언제 이렇게 가격이 올랐지? 옆에 있던 정욱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손님도 미덥잖다는 눈빛으로 위아래 흘겨보고는 편의점을 나간다. 다음 손님은 아싸! 바구니 한가득 먹거리를 담았다. 손님은 계산대 위에 상품을 올리고, 정욱이는 계산하기 편하도록 상품을 정렬하고, 나는 룰루랄라 핸드스캐너를 움켜쥔다. 붉은 불빛이 삐비빅― 바코드를 읽는다. 이쯤은 나도 잘할 수 있다고! 시위하듯 내 손은 ‘프로페셔널하게’ ...
입력:2019-11-23 04:05:02
[너섬情談-장은수] ‘핫’은 우리 시대의 정신병이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 물건에서 저 물건으로,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핫’한 것을 찾아서 이동한다. 오래된 것들을 소중히 하고 간직하고 음미하기보다 싫증을 이유로 바꾸고 버리고 폐기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한없이 열망한다. 오늘의 화제를 좇으려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고, ‘해마다 트렌드’를 확인하는 강박을 표현한다. 그러나 실시간은 대부분 한나절 넘기기 어렵고,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바뀌는 것은 트렌드일 수 없다. 실시간은 사실상 조작에 가깝고, 트렌드는 대개가 말놀음일 뿐이다. 잠깐의 이슈에 ...
입력:2019-11-20 04:05:01
[길 위에서] 내어주는 계절이 왔다
본격 추위가 시작된 요즘 동네 버스정류장이 변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선을 보였던 보온텐트가 다시 설치됐다. 보온텐트는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지자체가 마련한 바람막이 장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기자 입장에서 보온텐트는 반갑다. 19일 아침 출근길,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옹기종기 텐트 안에 모여들었다. 날씨도 맑아 햇살이 하나 가득 들어왔다. 따뜻한 온실이었다. 보온텐트는 지자체별로 모양이나 소재가 다양하다. 두꺼운 투명 비닐과 천막 재질로 만든 소형 텐트를 비롯해 철제 틀에 투명 아크릴, 유리를 끼워 ...
입력:2019-11-20 00:05:01
[혜윰노트-홍인혜] 시험에 들고 난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것을 치른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워낙 강렬한 기억인지라 몇 개의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이따금 떠오른다. 깨진 유리처럼 날이 서 있던 11월의 공기라든지, 그날 내가 입었던 베이지색 패딩점퍼라든지, 사람이 한 일이 맞나 싶게 정확한 간격으로 열 맞춰 서 있던 고사장의 책상 같은 것들이 말이다. 그날 마주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욱 또렷이 떠오른다. 우선 나만큼 긴장했던 부모님의 굳은 표정이 기억난다. 시험장 앞에서 작별하는데 열없는 가족들이라 대단한 감동의 순간 같은 것 없이 머쓱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응원...
입력:2019-11-15 04:10:02
[세상만사-강주화] 개천에서 붕어로 살더라도
얼마 전 들른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교실 정면에는 이런 급훈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6년을 준비해서 60년을 산다.’ 중·고교 6년 공부가 대학을 결정하고 그 대학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의미를 담은 듯했다. 이 대학을 결정하는 14일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48만여명이 응시했다. 이 시험에 대다수 수험생과 학부모는 사활을 건다. 대학 진학이나 전공에 따른 경제적 보상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특성화고 졸업생 첫 연봉은 평균 2097만원이다.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4086만원이다. 2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
입력:2019-11-15 04:05:01
[데스크시각-손병호] 美 사령관까지 언론플레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비용 문제를 넘어 동맹의 ‘갑을’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보다 5배나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미치광이 전략’으로 동맹에 펀치를 날린 데 이어 정치적 발언을 금기시하는 군 장성들까지 나서서 연일 한국을 때리고 있다. 특히 미군 장성들이 내뱉는 말이 정치인 뺨치는 계산된 발언이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11일 일본행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보통의 미국인들은 한국과 일본이 매우 부유한 나라인데 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또 &ldquo...
입력:2019-11-14 04:05:02
[신종수 칼럼] 문 대통령, 조국에게 속았나
부인 공소장 보면 판단 설 것… 결백 주장 거짓으로 드러나 조국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함이나 부담감 느낄 필요 없어 정치적·심리적으로 조국 사태 악몽 떨치고 미래로 나아가야 검찰이 1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나오는 정 교수의 혐의는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기, 증거인멸교사 등 14개다. 검찰이 많은 인력을 동원해 두 달 넘게 탈탈 털어 나온 것이라고 해도 혐의 내용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와 진술이 공소장에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겠지만, ...
입력:2019-11-13 04:05:01
[혜윰노트-김윤관] 도식화된 경험은 위험하다
“자신의 경험을 진리 삼지 마세요. 끝!” 새벽 한 시. 동네 편의점 앞 파라솔. 2년 만의 개인전 중이었고 전시장을 찾은 지인들과 술을 마셨고 내가 취하니 술을 못 마시는 동료 목수 한 분이 나를 집까지 태워다주게 되었고 긴 운전에 지친 그와 헤어지기 전 편의점 앞에 앉아 하루의 마지막 담배를 피우게 된, 그런 일상적인 시간과 장소. 나에게 목수일을 배운 후 이제는 동료가 된 그가 “맨날 농담만 하지 마시고, 무언가 좋은 말 한마디 해보세요”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취기 때문인지 갑자기 용기가 생긴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정색을 하며 ...
입력:2019-11-08 04:10:01
[길 위에서] 총회 풍경을 바꾸자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은 10~20대 청년, 밝은 전통의상을 입고 활보하는 30~40대 여성, 노타이 캐주얼 차림으로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는 50대 남성.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때 만난 전 세계 교회 대표들 모습이 요즘 부쩍 생각난다.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젊은 외국인 청년들이 총회장인 부산 벡스코에 가득했다. 자원봉사나 특별행사를 위해 온 사람들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자기네 나라 교회와 교단의 공식대표라고 했다. 깜짝 놀랐다. 교회의 대표라면 당연히 목사님이나 장로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
입력:2019-11-06 00:05:01
[편의점 풍경화] 천하제일 건망증 대회
오후 4시. 느닷없이 밀려온 아득한 상실감에 몸이 나른해졌다. 달리기를 하는데 발바닥에 뭐가 붙어 자꾸 달랑거리는 찝찝한 느낌. 우주가 소멸하는 마냥 소중한 무엇이 소르르 사라지는 허전한 느낌. 이 기묘한 감각의 정체는 뭘까. 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그때야 깨달았다. 발주, 발주! 오전 9시50분. 전국 편의점 점주들은 바쁘다. 그 시각이 바로 발주가 끝나는 시간. 신데렐라의 화려한 마차가 호박으로 변하는 것처럼, 그 시각을 넘겨 발주를 빠뜨리면 다음 날 팔 물건이 없다. 편의점에 갔는데 점주가 컴퓨터 모니터에 빨려들 모양으로 고개를 빼죽 내밀고 무슨 ...
입력:2019-11-02 04:10:01
[혜윰노트-마강래] 고향세와 이중주소제
인구 감소 지자체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일명 고향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9년 10월 현재 모두 1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다른 법안에 밀려 오랫동안 계류돼 있기는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발의될 만큼 당 정책과 이념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누가 기부하는지’ ‘어느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낼 수 있는지’ ‘받은 기부금은 어디에 써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세액을 공제해야 하는지’ ‘답례품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rsqu...
입력:2019-11-01 04:05:01
[세상만사-김경택] 한·미 동맹의 빈틈
“철통 같은(ironclad) 한·미동맹.” “같이 갑시다.” 한·미동맹을 주제로 한국과 미국의 군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계를 강조하며 “빛 샐 틈 없는 공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마법 같은 이 말들은 ‘한·미동맹은 으레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는 한·미동맹이 긴밀해 보이지 않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지만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
입력:2019-11-01 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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