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대신 진리에 귀 기울이라" 당부 교회는 하나님나라 위해 존재해야

                                                                                            김형석 교수 <사진=유튜브 캡쳐>


군살을 빼겠다는 다짐은 사흘도 유지하기 어렵다. 하물며 한 세대를 거쳐 신앙을 지킨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여기 100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지켜온 이가 있다.

김형석(103)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반포교회(담임 강윤호 목사) 남선교회 신앙강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100년을’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100세가 넘은 노교수는 60분 동안 마이크를 들고 남선교회원들에게 자신의 삶과 신앙의 여정을 소개했다.

정정한 모습의 그였지만 의외로 선천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는 마음대로 못 움직였고 어떤 날에는 어머니 품 안에서 깨어나지를 못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김 교수는 하나님께 매달렸다.

“하나님 제가 오래 못 살 것 같아요. 건강하게 해주시면 건강을 주시는 동안 하나님의 일을 하겠습니다.”

강산이 열 차례 바뀌도록 철학자이자 신앙인으로 살며 교회 안과 밖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그는 분명 기도에 응답을 받았다.

이날 김 교수는 ‘교리 대신 진리’에 귀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요즘 교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지나치게 교리로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수님이 사셨던 당시에는 계명과 율법이 있었는데 예수님은 그것을 버리라고 하셨고 진리를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은 한 번도 교회 얘기를 안 하셨고 시종 하나님의 나라를 걱정하셨다”면서 “교회주의에 빠지면 예수님의 말씀과 멀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교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인권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교회 안의 교권은 될 수 있는 대로 없어야 하는데 교권이 커지면 인권이 작아져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예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이는 바로 인권을 강조하신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김 교수의 고백에 남선교회원들은 그의 건강을 바라며 손을 모았다.

“지금도 많이 피곤합니다. 걷기도 어렵고 건강도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주님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일하려 합니다. 주님께서 주신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강의 말미, ‘100년의 신앙인’이 신앙의 후배들에게 남긴 말의 여운은 길었다.

“마지막에 집중하는 크리스천이 돼야 합니다. 크리스천이 생애를 마칠 때 인생의 고아가 돼선 안 될 일이죠. 주님과 함께 출발해 주님과 인생을 끝내는 게 신앙인에게 맡겨진 중요한 사명입니다.”

김동규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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