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요한 친구 사귀면 나중에 소득 더 높다 '고소득' 동네 학교 다닌 '저소득' 자녀 조사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하교하는 고등학생들 <사진=EPA연합>



한인 가정의 2세를 향한 교육열은 뜨겁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갖춘 지역을 찾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자녀 교육에 참고할 만한 새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네이처지에 1일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동네에서 자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인이 됐을 때 소득이 약 2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어도 살림이 넉넉한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릴 수 있는 동네에서 자라난다면, 성인이 됐을 때 더 많은 소득을 올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이다.

하버드대학교, 뉴욕대학교, 스탠퍼드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25∼44세 연령층의 페이스북 계정 7,220만 개와 이들의 친구 관계 210억 건을 분석해 얻어낸 결과다. 

납세 기록, 익명화된 페이스북 계정의 우편번호, 성별, 대학, 휴대전화 소비자 가격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지역별·개인별 소득을 추정했다.

기존에도 교육·소득 수준이 더 높은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릴수록 대학진학률이 더 높고, 성인이 됐을 때 더 많은 소득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각 지역의 소득 계층 이동, 이른바 '사회적 사다리'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밝혀냈다는 데에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전국의 소득과 계층 이동성을 함께 분석했다. 가령 조지아 주 콘리 마을과 미네소타 주의 윈스테드 마을은 중위소득이 연 5만5,000달러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콘리는 저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머물 확률이 높은 반면, 윈스테드는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 경향이 매우 높았다. 두 도시의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른 사람들 간의 활발한 교류'였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골자다.

분석 대상 페이스북 계정 가운데 2,000만건은 고등학교 정보와 부모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정보를 이용한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이 정보를 이용해 고등학교 시절 저소득층 자녀와 고소득층 자녀의 교류가 활발할수록 계층 이동이 활발하고, 저소득층이 높은 소득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각 지역의 인종 구성, 빈곤율, 학교 교육 수준 등은 계층 이동을 촉진하는 데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대 경제학과 라지 체티 교수는 "계층간 경계선을 넘나들며 서로 어울리는 지역에서 자라난 어린이는 나중에 커서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NYT는 고등학교 시절 상대적으로 부유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교육의 목표, SAT 준비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덕분에 대학 진학에 성공하고 빈곤층에서 벗어난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중저소득층의 이혼·실직가정 자녀이지만 현재는 형사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한 20대 여성은 "더 잘 사는 집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한 경험, 그것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정원 기자 news@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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