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포토_영상  >  영상

급한 곳에 급수시설, 가난한 이에게 암소… “무라코제” 화답

차광일 하늘비전교회 목사가 지난 13일 르완다 카롱기 카냐무린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손을 씻어주고 있다.
 
암소를 지원할 가정을 방문한 차 목사(오른쪽 세 번째)와 하늘비전교회 성도들.


빨갛고 노란 원색의 옷차림에 머릿수건을 한 현지인들이 발을 구르며 손뼉을 쳤다. 아프리카 특유의 구슬프면서도 리듬감 있는 곡조였다. 누군가가 선창을 하면 다 같이 후렴구를 반복하는 환영의 노래가 이어졌다. 현지인 통역자는 “모든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졌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1950~70년대 한국에 원조를 제공한 서구 교회 선교사들을 보는 우리의 눈빛이 이랬을까.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망울이 별처럼 빛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회장 양호승)과 경기도 고양 하늘비전교회(차광일 목사)를 통해 암소를 지원받는 사람들이 준비한 환영행사였다.

국민일보는 월드비전 및 하늘비전교회와 함께 올해 첫 밀알의 기적 캠페인으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아프리카 르완다를 방문했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서쪽 키부호수 쪽으로 120㎞ 떨어진 카롱기 지역 비링기로 사업장. 거리는 120㎞뿐인데도 도로가 구불구불해 자동차로 3시간 넘게 걸렸다.
 


이곳 집들은 해발고도 1500m 부근에 위치한 거대 협곡 지대의 깎아 지르는 산등성이 비탈에 들어서 있다. 한국식으로 남해 바닷가 다랑논 곁에 산동네 판자촌이 늘어서 있고 벼 대신 바나나 나무가 자라는 장면을 연상하면 딱 맞다. 인파 속에서 차광일(62) 하늘비전교회 목사가 기도했다.

“한국도 6·25전쟁 직후 매우 어려웠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습니다. 르완다도 축복을 받아서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가 되길 소망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과 함께 ‘감사합니다’란 뜻의 현지어 ‘무라코제’가 쏟아졌다. 자신을 가브리엘이라고 소개한 60세 남성은 “월드비전에서 지원받은 암소가 새끼를 네 번 낳은 덕분에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며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과거 우리처럼 르완다에서도 대학은 소를 팔아 갈 수 있는 우골탑(牛骨塔)이었다. 소가 있느냐 없느냐가 삶의 형편을 좌우한다. 소에서 나오는 우유를 팔아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소의 배설물을 퇴비로 밭에 뿌려 산출을 늘린다.

하늘비전교회를 통해 곧 암소를 지원받는 40대 여성은 ‘레드불(Red Bull)’이라고 새겨진 붉은색 낡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콩고 내전으로 인해 국경을 넘어와 르완다에 정착한 난민이라고 소개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데 소를 통해 삶이 바뀌기를 기대한다”며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소를 지원해주는 월드비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웃한 카냐무린다 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도요타 랜드크루저 같은 사륜구동 차량으로 비포장도로 고개를 서너 번 넘어야 갈 수 있다. 이 학교엔 2016년 하늘비전교회가 세운 급수시설이 있다. 아이들이 목을 축이며 내려다보는 그 지점에 영문으로 하늘비전교회와 성도들 이름이 적혀있다. 이메클레 교장은 “수도가 없을 땐 아이들이 협곡 아래로 내려가 웅덩이에서 목을 축이다 뱀에 물리도 했다”고 회고했다.

급수시설 역시 아프리카에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디딤돌이다. 수도가 없으면 물을 길어와야 하는데 이는 주로 아이들이 감당하는 노동이다. 물을 길어오느라 학교에 다니기 어렵게 되고 여자아이들은 물통을 이고 협곡을 오르내리다 몹쓸 짓을 당하기도 한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급수시설이 있어야 배움이 있다”며 “물이 있어야만 위생도 가능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르완다 방문에는 하늘비전교회 성도 4명이 동참했다. 아프리카의 현실을 보기 위해 스스로 시간과 경비를 들여 자원했다. 이들은 수백개의 학용품과 칫솔 치약 축구공 펌프 사탕 등을 일일이 포장해 방문하는 학교마다 전달했다. 르완다 후원 아동 아그네스를 직접 만난 김미자(60·여) 권사는 “아이가 의사를 꿈꾼다 하니 힘닿는 대로 돕고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수년째 5명의 아동을 돌봐온 김석훈(40) 집사는 “르완다에 와서 내가 교회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권용관(33)씨는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은혜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무역업을 하는 이태현(55) 권사는 “직업상 아프리카를 여러 번 방문했는데, 르완다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하는 등 교육열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하늘비전교회가 월드비전을 통해 르완다 비링기로 사업장과 인연을 맺은 건 2009년이다. 이 지역 아동 95명을 후원했고 급수시설 3곳을 마련했다. 젖소 70마리 이상을 곧 후원할 계획이다. 모두 자립에 초점을 둔 지원이다.

차 목사는 가르치고 선교하고 병을 고치고 밥을 먹이는 예수님의 4대 사역을 성도들과 함께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교회 주위 반경 5㎞ 안에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하거나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지역을 섬겨왔다. 북한 선교를 준비하며 세계 선교에 동참해 왔다.

그는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하나님 나라 확장과 건설을 위해 특별히 세계 속에서 한두 나라를 맡아 장기적 후원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르완다를 방문하는 동안 어떤 구체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돼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면서 “거룩한 부담감을 안고 귀국한다”고 말했다.

카롱기(르완다)=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