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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뛰어든 ‘유모차’… 아이 살린 택배기사의 ‘1초’

유튜브 '보배드림 TV' 캡처

얼마 전 택배 문제로 떠들썩했습니다. 경기 남양주의 한 아파트가 ‘품격’을 위해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금지를 선언했고, 택배기사들이 이에 분노했지요. 네티즌의 높은 관심 속에 인터넷은 한동안 이 소식으로 뜨거웠습니다.

이번엔 택배 기사님의 ‘기지(機智)’ 덕분에 또 다른 화제거리가 생겼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잃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기사님의 지혜로 모면할 수 있었던 사연입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15초짜리 짧은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입니다. 누군가 놓쳐버린 유모차가 사거리 교차로로 굴러오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유모차에는 아이도 타고 있었습니다.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와 정면 충돌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좌회전하던 파란색 택배 차량이 속도를 줄이고 정지했습니다. 유모차는 다행히 택배 차에 가로막혀 멈춰섰습니다. 그리 빠르게 구르던 상황이 아니어서인지 넘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놀라서 뒤따라온 시민이 재빨리 유모차를 인도로 옮겼고, 아이는 무사히 보호자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가 안전한 곳으로 피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택배 기사님은 유유히 현장을 떠났습니다.

영상 게시자는 유모차를 놓친 보호자가 아이의 할머니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할머니는 아이를 붙잡으려고 뛰다가 넘어져 보도에 얼굴을 부딪혔다고 합니다. 손주를 잃을 수도 있었던 순간. 짧은 그 10여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요. 만약 기사님이 없어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다면 또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을까요.

횡단보도에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렸던 기사의 신중함, 제 일처럼 달려온 시민의 분주함, 손주의 안전을 바랐던 할머니의 간절함, 이 모든 게 합쳐져 아이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가장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은 차가 멈춰섰던 1초입니다. 하루 8만6400초 중 겨우 1초. 나비의 ‘날갯짓’이 돌풍을 일으킨다는 말처럼, 기적은 작은 ‘손짓’만으로도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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