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때리시면 맞을테니…”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은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장애인 학부모 대표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욕을 하시면 듣겠다. 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다. 그러나 학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울먹였지만 돌아온 건 고성과 야유였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두 번째 주민 토론회였다. 지난 7월 열린 첫번째 토론회는 설립 반대 주민들이 “강서구 주민이 아닌 장애인 학부모 대표는 토론 자격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행사를 무산시킨 바 있다.
두 달 만에 열린 토론회 역시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모두발언을 할 때엔 설립 반대 주민들의 야유가,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할 때엔 설립 찬성 주민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양쪽 대표의 발언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비난과 고성, 조롱이 끊이지 않았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특수학교 설립을 전제로 한 토론회 대신 학교 부지 활용 방안 차원에서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 비대위 대표는 “강서구의 지역 불균형이 심하다. 강서구에 주민 기피시설이라고 하는 것은 죄다 모여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학부모 측은 장애아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며 주민들의 이해를 거듭 부탁했다. “서로 접점을 찾아 문제를 풀어보자”며 지역주민들 앞에서 단체로 큰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비대위 주민들은 “쇼하고 있다”며 삿대질을 했고, 김성태 의원은 장애인 학부모 대표의 발언 도중 토론회장을 빠져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공진초 터에 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처음 행정예고한 것은 4년 전인 2013년이다. 행정예고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철회됐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마곡지구 등에 대체부지를 알아봤지만 면적 크기,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다시 공진초 터에 특수학교를 짓기로 확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다시 행정예고를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김성태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공진초 터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이유에 힘을 실었다.
서울 시내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건 2002년 종로구에 개교한 경운학교가 마지막이다. 현재 서울시 29개 특수학교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의 반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서울시내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2929명이지만 정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4496명(34.7%)에 그쳤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