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쿡쿡] 가을과 함께 떠나는 추억의 맛 여행

농장을 일군 손찬균(왼쪽), 손은옥 부부. 손스농장 손은옥 사장(왼쪽)이 농장을 찾은 한인에게 아기 주먹만한 대추를 들어
보이며 천연비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오른쪽 위 사진).

가을이다. 한국처럼 산들의 나무가 붉은색과 노란색 색동으로 갈아입지는 않지만 아침, 저녁 불어 오는 서늘한 바람과 고즈넉이 잠겨가는 추억과 상념이 어느덧 남가주에도 가을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런 가을 주말에 추억에 잠겨 다녀 올만한 곳이 있다.

건강보조 식품이 넘쳐나는 이때 보양식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장모님이 사위를 위해 잡아준 씨암탉이 생각나게 하는 닭백숙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로 루세른 밸리지역에 있는 손스농장이다. LA지역이나 OC지역에서 두어 시간 운전해 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오랜만에 추억이 떠오르는 음악을 틀어 놓고 가을상념에 빠져 운전해 가거나 온가족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녀오기에 적당한 거리다. 40에이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추농장의 장관을 즐기며 압력솥으로 푹 고아낸 닭백숙의 맛은 일품이다. 정성스럽게 길러 살이 오를만큼 오른 닭에 농장에서 생산한 당도높은 대추와 각종 야채가 함께 아우르는 맛은 어머니의 손맛과 장모님의 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손은옥 사장은 “백숙에 들어가는 대추며 야채, 약재들을 정해진 양만큼 넣고 정해진 시간만큼 고아야 닭 국물과 부속재료들의 진액이 어우러져 좋은 맛과 보양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최소 이틀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약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스농장은 한때 서울 인근에서 인기를 끌었던 보양식 식당들처럼 보통 닭을 이용한 백숙뿐만 아니라 오골계, 오리 등을 이용한 요리 등도 입맛에 따라 준비될 수 있다. 거기에 식사를 하고나서 나무들 사이사이를 돌며 잘 익은 대추만을 골라서 옷깃에 쓱쓱 닦아 먹는 대추 맛도 일품이다. 대추는 예로부터 여성들에게 좋다고 알려졌다. 적당한 단백질과 사포닌, 포도당, 과당 등이 들어가 피로회복에 좋고, 칼슘과 비타민C 등은 노화방지와 고혈압 등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손스농장 대추의 특징 중 하나는 농장 절반에 가까운 퇴비장에서 나오는 천연비료를 사용해 살이 많고 당도가 높다는 점이다. 28년이란 세월이 묶어 만든 최고품질의 요거트형 비료들이 땅 곳곳에 스며들어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그 비옥한 땅의 영양을 빨아먹은 대추나무들이 풍성한 열매로 보답을 주는 셈이다.

남편 손찬균 씨는 “퇴비장이 있다고 하면 악취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퇴비가 제대로 발효되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주류 사람들이 정원을 가꾸기 위해 퇴비를 집에서 만들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손스농장은 15번 선상에 있어 온천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주 가는 팜스프링스에 가기도 좋고 빅베어에 오가는 중에 들릴 수도 있다. 교회에서 색다른 소모임이나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손스농장에 예약하기 위해 전화하면 아나운서 출신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손스농장(35335 Cambria Rd. Lucerne Valley, CA92356) (760)248-7703, (760)885-7662.

장재홍 기자 jaejang@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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