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정형외과 전문의 고백‘디스크 환상 속 괴물’

“디스크니 척추협착증이니 하는 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의사들의 상상력과 상업성이 만나서 만들어진 '환상 속의 괴물'에 불과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그것들을 치료 한다고 해서 통증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잔인하게 말하면 의사들은 이 괴물을 당신 앞에 대령해 놓고 그에 대한 공포를 빌미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는 30년 차 정형외과 의사 황윤권(59)씨다. 그가 올해 초 펴낸 ‘디스크 권하는 사회' 에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주장이 가득하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수많은 허리. 관절 환자를 치료하며 무수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수술과 약물로 낫지 않고 재발을 거 듭하며 효과를 보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기존 의학교과서의 내용과 치료법에 의심을 거듭했다.

‘내가 배우고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환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병의 경과를 반복 해서 확인하면서 그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 나갔다고 고백한다. 그는 결국 디스크나 척추협착증이란 병은 없으며 허리통증은 척추와 무관하다는 것을 깨닫고 환자 스스로 관리해 나가도록 지도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지금 부산에서 개업하고 있지만 그 흔한 X레이 MRI 약 처방이 없는 ‘3무병원'으로 유명하다.

황 전문의가 주장하는 내용은 이미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한국언론에도 소개되었다. 아직 이를 접하지 못한 ‘허리 아픈' 독자들을 위해 골자를 문답으로 소개한다.

-디스크 탈출이나 척추협착으로 신경이 눌려 아픈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다.
“수술 과정을 많이 지켜보았다. 의사들의 눈에 직접 보이는 ‘수술 시야'에서 실제 부위를 확인해 보면 신경은 '눌려져 있지 않고' 아주 멀쩡하게 통통하게 원래의 모양대로 잘 있다.”

-그럼 신경을 누른다는 것은 잘못 인식된 것인가.
“척추신경은 연막.지주막.경막 등 세 겹으로 싸여 있고 막 사이에는 뇌척수액이 완충작용을 하며 지방조직으로 보호돼 일종의 두개골 역할을 한다. 물렁한 디스크나 좁아진 척추관이 척추신경을 눌러 댈 수 없다.”

-그럼 허리.허벅지.종아리 등의 통증은 왜 생기나.
“근육 때문이다. 근육은 원래 늘어나고 수축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런 기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경직되고 그것이 말초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긴장이 쌓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허리부터 종아리까지 증세가 복잡하게 나타난다.”

-근육을 늘리고 줄이는 운동을 안하면 통증이 유발된다는 말인가.
“어릴 적 손을 들고 벌을 서면 어떤가. 팔의 근육이 경직되어 통증이 오지 않나. 같은 이치다. 허리 근육을 쓰지 않으면 경직성이 쌓여 만성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럼 허리 통증은 어떻게 치료 해야 하나.
“근육을 풀어주는게 답이다. 아픈 부위를 중심으로 늘려주고 줄여주는 운동을 반복하고 주물러주고 두드려주는 방식으로 혼자서 할 수 있다. 악~하고 아플 정도를 극복해야 좋아진다.”

책 후반부는 각 부위별 통증을 이겨낼 수 있는 스트레칭과 국부 마사지를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다.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론은 간단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진정성을 알리고 싶었고 만성통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다. 고정관념은 깨기 어렵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진화하지 못하고 갇혀있을 것이다. 황 의사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심정으로 디스크를 ‘환상 속 괴물'로 정의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일 것이다.


이원영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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