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美 보호무역 조치 실제론 WTO에 던지는 경고장”

“미국과 세계무역기구(WTO)의 대립이 진정한 최후 심판의 날(Doomsday)이다.”

최근 미국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것을 두고 통상전문가들이 던진 경고다.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는 미국이 WTO와의 대립을 예고하는 서막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제품의 미국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타깃은 WTO 견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는 WTO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중국이나 한국, 인도 등이 이득을 봤고 미국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최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지적한 국제기구 수장들을 비판한 것도 이를 전제로 했다.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한 건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2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4월 현재 조사 개시는 28건으로 이미 지난해 53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과 WTO의 갈등이 현실화되는 시점을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세제 개혁과 감세 계획안을 발표하는 오는 26일로 보고 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국경세 조정은 WTO 규정 위반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WTO의 규범이 미국의 이익과 배치된다면 그 결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고 말했다.
 
현재 WTO는 국경세를 관세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내국세로 보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WTO를 탈퇴하는 것이다. 미국이 WTO에서 탈퇴할 경우 투자자 보호, 최혜국 관세율 등 보호장벽이 사라지고 말 그대로 무역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무역협회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리 업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외교부와 함께 ‘수입규제 강화 대응 설명회’를 공동 개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편 미국 상무부에 이어 국제무역위원회(ITC)도 한국산 페로바나듐에 대한 고율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에 따르면 ITC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산 페로바나듐의 산업 피해 긍정 최종판정을 내렸다. 페로바나듐은 절삭공구 등에 사용되는 합금철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업체가 수출하는 페로바나듐에 3.22∼54.6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의 결정은 ITC에서 미국 산업계의 피해를 최종적으로 인정하면 실제로 집행된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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