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사업장 작년 13만여곳… 사상최대 1조4200억




구직자가 수시로 문을 두드리는 민간 구인·구직 사이트. 공채 정보를 비롯해 직종·지역별로 다양한 채용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게끔 잘 구성돼 있다. 이력서를 쓰고 자신의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아 입사 지원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도 편리하다. 하지만 무수한 정보 속에 임금체불 등 꼭 있어야 할 기업 정보는 없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2회씩 공개하는 임금체불 기업인지 여부는 구인·구직 사이트의 채용 정보만으로는 확인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임금체불 신고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민간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기업을 검색할 때 임금체불 여부를 곧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도 명단 공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25일 고용부의 임금체불 통계를 보면 지난해 근로감독으로 적발하거나 개인 신고를 통해 파악한 임금체불 사업장은 모두 13만3546곳이다. 21만7530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체불한 임금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파악된 금액은 사상 최대인 1조4286억여원을 기록했다.
 
임금체불 사업장 수는 박근혜정부 출범 시기인 2013년 이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2013년 10만8034곳이었던 임금체불 사업장은 2014년 11만9760곳, 2015년 12만7243곳으로 매년 앞 자릿수를 바꾸더니 올해는 급기야 13만곳을 넘어섰다.
 
사법처리까지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곳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는 2만9150곳이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해 임금체불 사업장 5곳 중 1곳꼴이다. 검찰 고발은 고용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된 사안이 엄중하거나 돈을 받지 못한 신고자가 고발을 원할 때 진행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체불을 신고했는데도 임금을 안 주거나 일부만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검찰에 고발하는 사안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통계치를 보면 매년 2만여곳 이상이 임금체불로 검찰 고발 목록에 오른다.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고 있지만 해결책은 마뜩잖다.
 
고용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근로감독 대상 업체 수는 2만곳이 한계다. 매년 약 16만곳씩 점검하는 일본과 대비된다. 근로감독 인원이 부족한 탓이다. 결국 임금체불 이후 신고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공개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난 1월 4일 고용부가 공개한 상습 임금체불 기업 수는 840곳으로 지난해 신고된 곳의 채 1%가 안 된다.
 
공개 범위를 늘리고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확인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그래서 추진 중이다. 공공입찰 제한 조치 검토도 하나의 수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당연히 일한 만큼 돈을 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우리나라처럼 사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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