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미션

한국 YWCA 이명혜 회장 “섬김의 정신으로 새로운 100년 준비합니다”


이명혜 한국YWCA연합회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연합회 회장실에서 “전국 10만 YWCA 회원과 함께
탈핵생명운동을 전개해 정의 평화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회장 뒤편으로 설립자를 비롯한 역대 회장들 사진이 보인다.                         김보연 인턴기자




“기독여성으로서 시대와 이웃을 섬기는 자원봉사 정신과 돌봄, 포용의 정신으로 100년을 향해 전진하겠습니다.”
 
이명혜(71)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길 연합회 회장실에서 100주년을 향한 YWCA의 비전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창립 95주년을 맞은 한국YWCA연합회는 오는 20일 서울 중구 정동길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고백’을 주제로 기념예배 및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 고백에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95년 역사에 대한 감사와 초기정신 회복을 담은 ‘Go Back’, 우리의 모습을 정직하게 회개하고 성찰하는 고백(告白), 10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Go 100’이다.
 
이 회장은 “100년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독여성들이 과거를 돌아보면서 사회의 약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신앙인으로서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했음을 회개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YWCA는 기독교여자청년회(Young Women’s Christian Association)로 19세기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여성단체다. 한국YWCA는 1922년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기에 김필례 김활란 유각경 선생 등 기독여성 지도자들에 의해 세워졌다.
 
“하나님 안에서 여성과 남성은 한 형제·자매임을 인정하고,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이 이뤄지는 세상을 건설한다는 게 우리의 탄생 목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초창기엔 글을 모르는 여성들을 위해 문맹퇴치 야학반을 설치하거나 조혼·공창제 폐지, 미신타파 운동 등에 힘썼지요.”
 
이후 한국YWCA는 농촌계몽과 여성인권보호, 가족법개정,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훈련 등에 앞장섰다. 이 회장은 특히 1970년대 중후반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때를 잊지 못한다. 마산YWCA 간사로 1977년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당시 남성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도배기술을 배워 여성들에게 직접 가르쳤다. 이 회장은 “아파트 건설 붐이 일던 때라 도배기술을 익힌 여성들이 보조로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다.
 
현재 한국YWCA는 전국 52개 지역에 회원 YWCA가 있으며 10만명의 회원이 여성인권운동, 환경운동, 소비자운동, 생명평화운동, 돌봄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턴 ‘세상을 살리는 여성으로 생명의 바람을 일으키자’는 100주년 캐츠프레이즈를 내세우고 탈핵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정동제일교회 권사인 이 회장은 40여년을 한국YWCA와 함께했다. ‘YWCA는 사람이다’라는 신념 속에서 현장성을 강조해온 그는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자원봉사의 개념을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YWCA가 100년 가까이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기독여성들이 시간이나 노동력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내놓고 봉사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식민지 국가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나라와 여성을 위해 기독여성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자발성과 도전적인 청년성, 깊은 신앙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 정신으로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글=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