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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각하는 학생들… 까닭은 수면장애



습관적으로 지각하는 일부 청소년의 문제가 게으름이 아닌 ‘수면장애’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내 청소년들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이 극심한 만큼 수면장애로 이어질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지각하는 청소년들의 수면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먼저 잠이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특발성 과수면증과 기면병을 의심할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지연성 수면위상 증후군으로 늦게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경우다. 낮에 졸린 수면장애의 대표적 질환인 기면병은 뇌 안에 각성을 조절하는 하이포크라틴(hypocret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생기는 병이다. 웃음이나 노여움 등 감정의 변화와 함께 맥이 풀리는 탈력발작, 수면마비, 입면 시 환각 등 증상을 동반한다. 홍승철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면병 유병률은 미국,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0.05%인 약 2만5000명 정도가 기면병 환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치료받는 환자는 약 300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낮에 졸린 증상이 나타나는 낮졸림증은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에 비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충분한 수면은 인지능력의 유지, 신체적 육체적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충분한 수면의 양과 질은 신체적 성장과 뇌의 발달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 시기의 수면문제가 생체리듬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교수는 “10대 청소년 시기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밤늦게 분비된다. 일주기리듬이 저녁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도록 맞춰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학업으로 인해 늦게 잠들지만 일찍 일어나는 생활패턴을 지속해 다른 연령층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수면 호르몬이라 일컫는 멜라토닌은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 등을 감지해 우리 몸의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청소년들과 달리 노인의 경우 대개 이른 저녁부터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이른 새벽에 분비가 멈추므로 일찍 잠에 들고 일찍 깨어나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이다. 
 
양질의 수면을 위해서는 각각 생체리듬에 맞는 수면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홍 교수는 “경기도에서 중고생들의 9시 등교 이후, 이전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행복감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일주기 리듬에 맞는 수면 패턴대로 잠을 잘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제’를 바탕으로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9시 등교 이후 학생들의 자기 효능감은 0.160점 상승하고, 학생들이 느끼는 자살 충동은 0.124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 불안, 과잉행동장애, 과격한 행동, 자살사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 국립수면재단에서는 10대의 평균권장수면시간을 8∼10시간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낮졸림증상이 심하다면 수면클리닉을 방문해 수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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