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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인슐린 치료는 당뇨잡기 첫 걸음… 그런데 왜 안합니까?

“선생님, 큰일 났어요. 어쩌면 좋지요?” 얼마 전 한 50대 남성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몇 해 전 당뇨병 진단 후 먹는 약으로 꾸준히 관리를 해 왔는데 최근 들어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보다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필요해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자고 권했다. 하지만 환자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 받고 싶다고 했다. 인슐린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최악의 상태에 다다랐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마지막 치료옵션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제 위 환자와 같이 의료진으로부터 인슐린 치료를 권장 받았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인슐린에 대한 환자들의 오해와 편견이 가장 큰 요인이다. 대한당뇨병학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가운데 약 80%가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통해 치료받고 있는 반면, 인슐린 요법을 통해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약 9%에 불과하다. 해외 인슐린 처방 비율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도 20%가 넘고, 미국이나 유럽은 30%에 이른다.
 
인슐린은 가장 오래된 당뇨병 치료제로 장기간 안전하게 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제다. 효과적인 혈당 조절은 물론 췌장의 기능을 도와 치명적인 합병증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입증돼, 많은 의료진들이 인슐린을 당뇨병 초기부터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슐린 사용 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저혈당 발생 위험을 낮춘 차세대 인슐린이 있어 환자들의 편의성 또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환자들의 인슐린 치료에 대한 거부감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는 것은 마치 자신의 상태가 최악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슐린을 한 번 맞기 시작하면 평생 맞아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다. 그러나 인슐린은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치료옵션이다. 
 
이 외에도 인슐린 치료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편견도 무시할 수 없다. 소아 당뇨병 환아들은 또래 친구들과 교사의 부정적인 시선을 먼저 겪게 된다. 숨어서 주사를 맞거나, 인슐린 주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성인의 경우 직장 생활에 불이익을 당할까 싶어 인슐린 치료는 필히 숨겨야 한다고 하니 사회 전반에 깔린 편견의 벽이 높기만 하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런 편견의 벽을 깨기 위해 인슐린 치료 인식 개선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환자 스스로 인슐린 치료를 마지막 치료가 아닌 적극적인 혈당 조절을 위해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는 치료’라고 생각하는 때가 빨리 오길 바란다. 간혹 제때 인슐린 치료를 받지 못해 합병증이 생겨 뒤늦게 후회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따라서 앞으로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인슐린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사람 등 전 국민이 함께 인슐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인슐린 치료는 인생의 끝이 아닌 당뇨병 치료의 시작임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게 어떨까? Why Not?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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