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건강

[명의&인의를 찾아서-서울대학교암병원 대장암센터] 환자 5년 이상 생존율 70.8%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 다학제 협진 회의 광경. 왼쪽부터 혈액종양내과 임유주, 간담췌외과 이남준,
대장항문외과 유승범, 영상의학과 김세형, 방사선종양학과 지의규, 대장항문외과 박지원,
소화기내과 천재영 이현정, 혈액종양내과 김태유, 대장항문외과 박규주(센터장) 정승용, 영상의학과 이정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아시아 1위, 세계 3위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2012년 한국인 대장암 발생 현주소다. 그만큼 대장암의 조기발견 및 예방을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정기검진을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대장암이란 소장의 끝에서 시작해 항문까지 연결된 약 1.5m 길이의 소화기관에 생긴 암을 말한다. 크게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나뉜다. 2014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 가운데 3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한국인 발생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33명꼴이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대장암 역시 발병 초기 조기발견 및 치료가 관건이다. 진행단계에서 늦게 발견될수록 합병증 및 원격 전이로 완치 확률이 줄어들고 삶의 질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항문 가까이 위치한 직장암은 치료 시 항문을 보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암 절제 시 항문을 손상시켜 아랫배에 구멍을 뚫어 배변기능을 대신해야 하는 장루(인공항문) 형성 수술까지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암 환자 10명 중 8.4명이 항문 보존
 
서울대학교암병원 대장암센터(센터장 박규주·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이들을 위해 최신 대장항문 생리기능검사 및 치료 장비를 갖추고 암 치료 후에도 직장 및 항문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 난치성 대장암 환자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 중 최상급, 4차 의료기관으로 통한다.
 
이 센터는 암 절제수술 시 항문폐쇄를 피할 수 없어 장루 형성 수술을 받은 직장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제 장루 창상전문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간호사 2명을 확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중하부 직장암의 경우 표준수술은 항문 폐쇄가 불가피한 ‘복회음절제술’이었다.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는 이 수술을 할 때도 최대한 암 조직만 도려내 항문을 살리는 항문 보존 수술을 도모하고 있다.
 
항문에서 3∼5㎝ 떨어진 직장에 암이 생겼을 때도 항문을 살려주는 경우가 10명 중 8명 이상(86.5%)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 센터의 항문보존비율이 16.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발전을 이룬 셈이다.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장 박규주 교수(대장항문외과)는 3일,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경우 심지어 항문에서 3㎝도 안 되는 곳에 암이 생긴 환자도 10명 중 약 7명은 배변기능을 유지시켜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요즘 이 센터에서 치료 받은 대장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초·중·말기 구분 없이 평균 70.8%다. 지난 1973년부터 2010년까지 37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대장암 환자 9600여 명의 5년 생존율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록이다. 선진적인 암 치료가 대장암 수술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를 방문한 암 환자는 총 2만4932명이었다. 이중 타 병원을 거쳐 정밀검사 또는 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대부분인 신환자와 초진 환자는 각각 1194명(4.8%), 4412명(17.7%)이었다.
 
다학제 협력진료 활성화로 완치율 높여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는 대장암의 진단 및 치료와 관련이 있는 진료과 의료진이 모두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회의를 주1회 이상 열고 있다. 최적의 환자 개인맞춤 처방을 찾아 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회의 멤버는 대장항문외과 박규주 정승용 유승범 박지원 교수팀을 비롯해 혈액종양내과 김태유 한세원 이경훈 임유주 교수팀, 소화기내과 김주성 임종필 천재영 이현정 교수팀, 영상의학과 이정민 김세형 김효철 신청일 윤정희 교수팀, 방사선종양학과 지의규 강현철 교수팀, 병리과 강경훈 김정호 교수팀 등 모두 21명이다.
 
백지장도 혼자 들기보다 여럿이 들면 낫다는 게 이들의 신념이다.
 
이들은 대장항문외과 정승용 교수를 중심으로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등 3개 병원에서 2006년부터 3년간 복강경 직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170명과 개복수술로 직장암을 절제한 환자 170명의 수술 후 생존율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직장암에서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개복수술 환자들과 같이 수술 후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는 2014년 임상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됐다.
 
정승용 교수팀은 수술 전 방사선 치료를 받은 직장암 환자들에서 복강경 수술을 시행할 경우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 후 빠른 회복과 단기 삶의 질의 향상이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 이 역시 ‘란셋 온콜로지’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국내 외과 의사들이 이 같이 란셋지에 잇달아 임상 연구논문을 게재하기는 정 교수팀이 처음이다. 복강 내시경(복강경)을 이용해 대장암을 제거하면 개복을 안 해도 되고 상처도 작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되고, 회복도 빨라 입원기간이 대폭 단축되는 이점이 있다.
 
유전성대장암 연구의 세계화도 선도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는 1990∼1991년, 서울대암연구소에 최초로 ‘한국 가족성 용종증 등록소’와 ‘한국 유전성대장암 등록소’를 설립, 한국인 유전성대장암 연구를 선도하기도 했다. 두 등록소는 1993년 8월 ‘한국유전성종양등록소’로 통합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유전성 종양 가계에 대한 조사연구 및 관련 유전자 연구의 산파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암유전자클리닉을 개설, 유전성 암 환자의 전문적인 진단 및 치료, 그 가족에 대한 유전 상담도 시작했다.
 
이 클리닉은 훗날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진이 유전성대장암의 조기진단에 큰 도움이 되는 진료지침을 표준화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유전성대장암 중 가장 흔한 형태인 유전성비용종증대장암(HNPCC)의 발병에 관여하는 돌연변이유전자 hMLH1, hMSH2 검사법과 무증상 단계에서 가족성 용종증을 찾아내는 유전자검사법 개발도 이곳서 잉태됐다.
 
한편 서울대암병원 대장암센터는 대장항문병에 관한 최신 의학지식을 발굴, 국내 의사들에게 보급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 예로 1994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서울 대장항문학 연수강좌’는 국내 젊은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이 매회 200∼300명씩 수강 신청을 할 만큼 인기를 끄는 강좌로 자리매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