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컴퓨터 연결… 위험한 실험




일론 머스크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인간은 지구를 떠나 화성 도시에 산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46·사진)의 상상은 현실과 가까워졌지만 그의 야망을 채우기엔 충분치 않은 듯하다. 머스크가 이번엔 바이오 인공지능(AI) 기업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해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용화되면 작은 전극을 뇌에 이식하는 것만으로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누구나 뇌에 입력한 외국어 정보로 유창한 언어 실력을 발휘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WSJ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컴퓨터에 인간 뇌를 연결하거나 통합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뉴럴링크가 개발하는 ‘뉴럴 레이스(Neural lace)’는 뇌와 기계를 연결, 자극만으로 정보가 통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에 뉴럴링크를 의학연구업체로 등록했다.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창립 때처럼 100% 단독 투자로 설립했다. 유연 전극(flexible electrode) 전문가인 바네사 톨로사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원, 뇌 조절 운동 권위자인 필립 사베스 캘리포니아대학 교수, 새의 뇌신호를 연구하는 티머시 가드너 보스턴대학 교수 등을 영입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시점인 ‘싱귤래리티(Singularity)’에 대비해야 한다며 뉴럴 레이스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그는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인간은 결정권을 AI에 빼앗길 것이고 결국 집고양이 신세가 될 수 있다”며 “뉴럴 레이스로 두뇌 능력을 높여 AI 발전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 26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 4∼5년쯤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뉴럴링크가 어떤 제품을 연구하고 생산하게 될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WSJ는 간질이나 우울증 등 만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일 뇌 삽입 물질을 먼저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킨슨병 등 일부 뇌질환에 대해 뇌에 미세 전극을 통해 자극을 주는 치료법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뉴럴링크가 기술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 정부 승인을 받게 되면 뇌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뇌 미용성형술(Cosmetic brain surgeries)’이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 인간이 가진 정보의 보안 문제, 신체와 기계의 접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오류나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테슬라는 조만간 완전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내년 말 일반인 2명을 달에 보내는 우주여행 시대를 연다. 머스크는 20년 안에 화성에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돔형 거주구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혀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글=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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