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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발,혈관질환 등 동시 치료 중요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두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바로 띄는 합병증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가 보다. 실명위험이 높은 당뇨병성 망막증을 꼽는 이들보다는 ‘당뇨발’, 즉 당뇨병성 족부질환을 꼽는 이가 더 많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발에 생긴 상처가 쉽게 낫지 않고 붓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발을 잘라내야 하는 상황까지 몰고 가는 게 공포의 대상, 당뇨발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당뇨발팀 한승환(47·정형외과) 교수는 20일, “당뇨병 환자가 평생 동안 발 합병증에 걸릴 확률은 15%에 이르고, 병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중 절반가량은 결국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아픔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하지절단 환자의 약 절반은 비(非)외상성 질환으로 다리 또는 발을 잃는데, 주원인이 당뇨발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만큼 족부(足部·발 부위)에 나타나는 당뇨 합병증, 당뇨발로 다리 또는 발을 절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교통사고, 산업재해, 화상 등 각종 외상성 안전사고로 다리를 잃는 것 못잖게 많다는 얘기다.
 
당뇨발의 무서움은 이 뿐이 아니다. 한 교수는 “당뇨발 치료를 위해 대절단수술을 경험한 당뇨병 환자는 심장병 뇌졸중 등 심·뇌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도 동시에 증가해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5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경고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평소 당뇨발이 생기지 않게 발을 잘 관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당뇨발은 크게 3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먼저 상처가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다. 이로 인해 세균감염을 자초하고, 발에 생긴 감염증이 덧나는 줄도 모르고 방치하다가 화근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말초혈관질환으로 인한 혈액순환장애와 고혈당(혈관 속 높은 당 수치) 및 말초신경병증에 의해 신경세포가 죽어 감각이 무뎌지는 것도 원인이 된다.
 
신경세포가 죽게 되면 처음에는 발의 감각이상 정도로 가볍게 느껴지지만 차츰 상처가 생겨도 모를 정도로 감각이 마비된다. 급기야 상처가 염증으로 발전해 조직을 괴사시키게 되고, 심하면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당뇨발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당뇨발을 부르는 말초혈관질환은 복부대동맥이나 하지동맥의 협착(좁아짐)이나 폐색(막힘)으로 다리 혈류가 줄어드는 ‘폐쇄성 하지동맥 질환’을 일컫는다. 발병을 촉진하는 위험요인은 죽상동맥경화증이다.
초기엔 별 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협착증으로 혈관내강이 점차 좁아지면서 보행이나 운동 시 다리 쪽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더 심해지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지속되고, 발에 궤양이 발생하면서 발 조직이 괴사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른바 당뇨발이 생기는 과정이다. 당뇨발이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고, 이로 인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말초혈관중재시술 등이 필요하다.
 
협착 또는 폐색 혈관 부위에서 풍선을 부풀려 내강을 넓혀주는 ‘풍선확장술’이나 금속성 그물망을 집어넣어 다시 좁아지지 않게 해주는 ‘스텐트삽입술’과 같은 시술이 그것이다.
 
바로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염증으로 인해 좁아지거나 막힌 하지동맥을 뚫어줘 우리 몸 말단부인 발쪽으로 혈액을 나르는 혈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치료법이다.
 
혈관의 상태나 병변의 범위에 따라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말초혈관을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동맥경화증 위험인자부터 피해야 한다. 당뇨병은 흡연, 고령, 고지혈증, 고혈압 등과 더불어 최고의 위험인자로 꼽힌다.
 
민필기(47·심장내과) 교수는 “하지 절단 당뇨발 사례의 절반 이상은 올바른 발 관리 및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맥경화증으로 발생하는 혈관질환이 모두 한 형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 말초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의 상당수에서 관상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또한 말초신경병증과 자율신경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뇨발을 극복하려면 관련 혈관질환이나 신경병증의 적극적인 치료는 물론 동반한 상처나 감염증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연세의료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당뇨발팀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내분비내과 박종숙
      심장내과 민필기, 정형외과 한승환 교수. 곽경근 선임기자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심장내과 이병권·민필기 교수팀과 내분비내과 박종숙·강신애 교수팀, 정형외과 한승환 교수팀을 중심으로 당뇨발팀을 운영해온 이유다.
 
이 팀은 당뇨발의 예방 및 치료를 주목적으로 뭉친 조직이지만, 당뇨병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건강문제도 필요 시 언제나 최소 3명 이상의 협진을 실시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당뇨 환자가 발 관리 문제로 심장내과와 내분비내과 정형외과 중 어느 과를 먼저 방문하든 관계없이 적극적인 협진을 통해 증상에 따라 약물요법이나 혈관중재시술 또는 수술요법을 선택해 하지절단 및 하지기능장애 위험을 최소화해주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당뇨발에 피부재생능력이 뛰어난 세포와 성장인자를 이식해 손상된 조직이 빨리 되살아나게 하는 세포이식치료와 고압산소치료, 적외선치료법 등도 활발하게 시술하고 있다.
 
박종숙(46·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엔 당뇨발을 단순히 발에 생긴 상처일 뿐이라고 생각해 방치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 듯하다”며 “당뇨발도 조기에 발견하면 절단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있으므로 작은 상처라도 소홀히 여기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발 등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적극적인 혈당관리가 기본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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