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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얼굴의 기준을 바꾸다… 패션모델 발탁된 다운증후군 소녀

패션 브랜드 마탈란은 영국에 217개 매장을 갖고 있다. 남녀 의류부터 아동복까지 만들어 판매한다. 이달 들어 영국 전역의 마탈란 매장에 두살배기 여자 아이의 대형 사진이 걸렸다. 파란색 마탈란 원피스를 입고 오른손을 살짝 처든 모습의 릴리 베달(2). 보통 아이들과 어딘가 좀 달라 보이는 얼굴은 다운증후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유전질환인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1개 더 많아 신체 기형, 성장 장애, 정신 지체 등을 일으킨다. 코뼈가 발달하지 못해 콧날이 낮고, 얼굴이 납작해 보이며, 눈 가장자리가 약간 위로 올라가는 특징적 외모를 갖게 된다. 

릴리는 잉글랜드 에식스 카운티의 할로시(市)에 살고 있다. 부모는 릴리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 단체에 마탈란 측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와 아동복 모델 계약을 맺고 싶다. 영국 전역을 포괄하는 전국 단위 계약이다. 우리는 예쁜 아이 얼굴의 기준을 바꾸려 한다."
Lily's Journey - Down Syndrome 페이스북 캡처

단체는 릴리를 추천했고, 지난해 11월 계약이 체결돼 모델 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마탈란은 이달 초 봄 신상품을 내놓으며 릴리의 사진을 매장에 걸었다. 릴리는 엄마 비키 베달(37), 아빠 에디 베달(44)과 함께 인근 마탈란 매장을 찾아갔다. 벽에 걸린 자기 사진을 대번에 알아보고 달려가 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고 한다. 

비키 베달은 "릴리가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무너져 내렸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나, 절망 속에서 이 한 가지 생각만 하며 살았다. 그런데 릴리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였다. 많은 친구와 어울리고 그 친구들이 하는 건 릴리도 다 한다. 우리는 릴리가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Lily's Journey - Down Syndrome 페이스북 캡처

베달 부부는 마탈란 모델 계약을 사회적 '포용'의 실천이라고 평가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무척 놀랐고, 바로 응했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꾸는 시도, 멋있지 않은가." 

마탈란은 지난해에도 다운증후군 소녀 로지 다니엘(4)을 모델로 발탁했다. "마탈란 광고에 더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하면 좋겠다"는 로지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올해도 다운증후군 모델을 쓰기로 결정해 릴리에게 기회가 온 거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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