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만 바라보더니… 생산·수출까지 찬서리 맞을 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공세가 2%대 저성장의 늪에 갇힌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중국시장 맞춤형’ 경제정책들이 ‘올스톱’ 위기에 처하면서 산업생산·소비·수출이 찬바람을 맞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사드와 경제를 분리 대응했던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를 한국 경제 체질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드 압박에도 중국 일변도 정책
 
지난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선 소비 진작 차원에서 해외 관광객들에게 비자 면제와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눈길을 끈 것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신혼부부를 위한 ‘허니문 코리아 비자’였다. 전자비자를 발급하고 비자수수료를 면제해주자는 것이다.
 
앞서 2015년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은 말 그대로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대책이었다. 당시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사드 배치를 두고 “결정된 바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수수료 면제 조치 연장과 발급대상 확대뿐 아니라 중국인에 한해 ‘한류산업연계비자’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4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 진출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했다. 수출 주력산업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자동차·전자·철강·조선 등에서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패션·의류로 바꿨다.
 
문제는 사드 배치 결정을 하루 앞두고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던 지난해 7월 열린 10차 무역투자회의에서도 중국 관련 정책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용으로 주한미군이 이전한 의정부 부지를 K팝이 어우러진 복합쇼핑문화공간으로 조성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고는 계속됐지만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와 경제문제를 철저히 분리해서 봤다”며 “정부는 사드 배치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비했어야 했는데 분리된 시각이 지금의 문제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뒷북 대응도 실효성 의문
 
미국을 방문 중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중국 움직임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규범에 위배되는 조치에 대해선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여행금지, 한한령 등 중국 정부의 압박을 두고 재작년 발효된 한·중 FTA의 일부인 관광·영화·드라마 등 교류·협력 조항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구두조치 등으로 은밀히 진행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법적 제소의 성과를 자신할 수 없고 제소하더라도 결정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이의제기와 함께 9일로 예정된 민관 합동 한·중 통상점검태스크포스를 7일로 앞당기는 등 소통을 병행키로 했다.
 
경제 체질개선 계기돼야
 
국내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회복세를 보이는 생산·수출까지 중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국내 소비는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소비판매액지수는 117.9로 지난해 12월(120.5)보다 2.2% 하락했다. 하락폭은 증가 추세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 조치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산업생산과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향후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1%를 차지했다.
 
이에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당시 일본의 움직임을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일본의 대중국 수출액 비중이 전체의 19.7%를 차지하는 등 일본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다. 중국의 보복으로 한 달 만에 도요타의 중국 자동차 수출은 80%가 감소했고, 일본행 비행기 5만2000여석이 취소됐다. 이번처럼 관광제한 조치도 있었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상품 경쟁력은 높이는 체질개선에 나섰다. 중국에 대거 세웠던 공장은 동남아 지역으로 분산했다. 지난해 일본의 중국 수출비중은 17.6%로 4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세종=서윤경 유성열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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