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d 경제인사이드] T-T 한방,글로벌 기업들 TKO

‘트럼프의 강력한 전략 무기는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가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가톤급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트윗은 140자라는 짧은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SNS 기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지표로 성장했다. 뉴스앤드리포트 등 외신에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불리 펄핏(Bully Pulpit·여론 주도력)’ ‘트럼프의 전략무기’라고 부를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적으로 ‘트럼프 타깃 지수(Trump Target Index)’를 만들기도 했다. 회사는 지난해 2월부터 트럼프가 특정 기업을 지적했을 때 해당 기업의 주가 향방을 집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23일에는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언급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WSJ는 트럼프의 비판적 발언으로 급락한 기업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기존 주가를 상회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트윗 알림’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블룸버그 단말기를 통해 노출되고 있다. 이용자의 편리를 고려해 시간, 키워드 순 검색도 가능하다. 미국 IT 마케팅 업체인 T3는 트럼프 트윗을 분석해 연관 주식을 자동으로 파는 로봇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앤드 덤프(Trump and Dump)’라는 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트럼프가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트윗을 올리는 즉시 해당 종목을 공매도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트윗 여파’…미국에 투자 늘리는 글로벌 기업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 트윗을 즐겨왔다. 트럼프는 2009년 해당 서비스에 가입해 하루 평균 12건에 달하는 트윗을 날렸다. 분야도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하다. 트럼프의 트위터는 지난 28일 기준 트윗 수 3만4546개, 팔로어 2572만7225명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가 트윗에 사용하는 시간도 많은 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28건의 트윗을 작성했으며, 744시간 중 트윗에 18시간, 골프 25시간, 외교 21시간 등을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트위터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분야 중 하나는 산업계다. 그의 말 한마디에 한 기업이 4조원 이상 손실을 본 사례가 나타날 정도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F-35 제조사 록히드마틴은 트럼프 트윗으로 40억 달러(4조6600억원)를 손해봤다. 트럼프는 당시 “F-35 전투기 비용이 통제불능 상태다. 대통령 취임식 후에는 군과 구매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주가는 259.53달러에서 246달러로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트윗의 영향력을 눈앞에서 본 기업들은 그의 발언에 즉시 반응하며, 미국 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가 GM에 대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를 당장 미국에서 생산하라.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더 내라”고 말하자, GM은 곧바로 미국 내 공장에 10억 달러(1조1640억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도 트럼프가 “멕시코 바자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자 향후 5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실제로 미국 인디애나주 프린스턴 공장에 약 7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글로벌 회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트럼프와 회동을 갖고 미국 내 중소기업을 위해 새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미국 내에서 1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일 업체인 바이엘도 기술 분야 신규 인력 3000명을 새로 뽑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트위터가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이끄는 하나의 방안으로까지 성장한 셈이다. 트럼프는 “트위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부정직한 언론의 주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트위터”라고 사용 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냈기 때문에 정책 홍보용으로 트위터를 지속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은 전전긍긍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가 도요타, GM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트윗을 남발하던 지난 1월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5년간 투자한 21억 달러보다 50% 증가한 31억 달러(3조4968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에 신규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당시 현대차는 “이번 투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며 트럼프 취임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트럼프가 자동차 산업을 압박하던 시점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재계 1위 삼성은 트럼프 트윗을 통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 3일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 보도를 본 트럼프가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는 글을 남겼다. 당시 삼성은 난감한 모습을 보이다가 “미국은 삼성에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지금까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약 170억 달러(19조1760억원)를 투자해 왔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를 위해 미국 내 새로운 투자 필요성 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가 트윗으로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부정적 글을 쏟아내자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나라 업체들도 압박을 받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나라 업체는 183곳으로 연간 매출만 해도 220억 달러(25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미국 수출을 통해 올린 성과다.
 
발 빠르게 움직인 기업도 있다. 멕시코 북부 레이노사·몬테레이에서 생산한 TV·냉장고를 미국으로 수출하던 LG전자는 최근 미국 뉴저지주에 신사옥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자액 3억 달러(약 3435억원), 대지면적 약 11만㎡, 연면적 6만3000㎡ 규모다. 일부 업체들도 미국 공장 건설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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