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현대병‘검진병’-안해도 될 검진하고, 안해도 될 수술하고...

“의사가 된 지 어언 42년, 이제까 지 수많은 환자를 진료해 왔다. 스스로는 옳은 일을 해 왔다고 생각 하지만 되돌아보면 어째서 그토록 잘못된 의료를 행해 왔나 싶다.
예를 들어 고혈압도 치료를 해야 한 다고 여겼고, 콜레스테롤도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 등등. 또 건강검진을 통해 ‘암'은 조기발견, 조기치료하는 게 좋다고 믿어 의심 치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잘못이라는 것을 갈수록 사무치게 깨닫고 있다.

” 마쓰모토 미쓰마사. 일본의 내과의사이면서 수많은 저술과 강연 을 통해 현대의료의 맹점을 지적하고 있는 인물이다. 마쓰모토는 '검진병'이라는 말도 만들었다. 건강 검진을 함으로써 본래는 없었을 질 병을 얻는다, 안 먹어도 될 약을 먹는다, 안 해도 될 수술을 하고, 안 해도 될 검사를 정밀검사라는 이름으로 받는다. 불안이 불안을 불러 와 새로운 병을 얻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과잉의료의 문제가 종종 지적되지만 의료계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의사의 말이라면 거의 신의 메시지쯤으로 여긴다. 의사가 먹으랬다고 약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이유다. 맹신이 이러하니 일반 환자들은 의사들의 말을 거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에 대항할 만한 의료지식이 없는 데다 건강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맹신을 해도 좋을 만큼 현대의료는 완벽할까. 그렇게 믿어도 좋을 만큼 의료라는 것이 인류를 질병에서 해방시켜주고 있는가. 많은 의사들은 마쓰모토처럼 ‘양심고백'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수십년간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면서 느낀 현대의료의 한계를 책과 강연을 통해 ‘고백'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라는 책을 쓴 저명한 소아과 의사 출신 로버트 멘델존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이다. 멘델존은 “현대의학은 이미 거대한 종교가 되어 버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의학 이라는 종교의 신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자신이 없다. 신자는 긴장 이나 불안, 죄의식으로 번민하게 되어 마음의 평온을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의 생활에 쫓긴다. 건강에 관한 자기 책임과 자기 관리 능력은 마비되어 있으므로, 자기보다 강한 의사라는 존재에게 자신을 맡겨버린다. 그러나 진정한 의사라면 자신의 일을 없애버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의사에게 의존하는 것을 줄여나가 도록 지도하고 의존하지 않고 살아 가는 법을 가르쳐 신앙의 중심이 의사라는 망상을 벗겨줘야 한다.

” 옛날 조미료가 처음 나왔을 때 제품 포장지에는 냄비 그림과 함께 귀이개 만한 작은 금속 숟가락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적은 숟가락을 쓰면 언제 조미료 매출을 올리겠나 싶어 고민하던 차에 구멍으로 뿌리는 용기로 바꾸었다. 필요 이상으로 뿌리면서 조미료 매출이 크게 늘었다. 더 많이 팔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의 구멍을 넓혔다. 매출이 급신장했다. 콜레 스테롤, 고혈압 등의 기준치를 점점 낮춰 약 판매를 급증시켜온 제약회사와 조미료 회사의 매출전략이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제약, 보험, 병원으로 이뤄지는 현대의료의 거대한 카르텔 제국 속에 빨려들어가면 내 건강은 ‘식민지'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아마도 평생 약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 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몸이 가장 훌륭한 의사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건강주권'을 확고하게 행사하면 9988234(99세까지 팔팔 하게 살다가 이삼일 만에 죽는다) 가 가능하다. 현대인들은 의료제국의 식민지 시민이 되어 있다. 건강주권을 찾 는 길은 모태신앙 같은 의료 맹신 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원영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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