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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자녀 원했는데 돈만 펑펑




김지현(가명·45)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키가 또래 평균보다 작은 것 같아 걱정이다. 성장클리닉을 찾아 성장판검사를 받은 결과 의료진으로부터 “또래보다 성장이 늦다”며 호르몬치료 권유를 받았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아이를 위해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여전히 성장이 더딘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김씨는 “한약도 먹이고 성장 호르몬치료도 받았다. 안해 본 것이 없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창 성장할 나이의 초·중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자녀의 ‘키 성장’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자녀를 ‘키 큰 아이’로 성장시키기 위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돈을 투자하는 부모들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부모들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해 과학적이고 의학적 근거가 미약한데도 불구하고 ‘키 성장’을 위한 많은 비용을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비염’ 등의 알레르기가 키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성장클리닉도 있다. 한 이비인후과 교수는 “비염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면 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일리는 있지만, 비염이 성장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싼 약값도 부모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부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성장치료’ 한약은 보통 약값의 2∼3배를 넘는다. 한 의사는 “부모들이 아이가 키가 크지 않으면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고 이에 보상하는 마음으로 돈을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일부 병원에서 부모의 이러한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약 1만5000여명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은 정상인을 위한 키 크는 주사제가 아니라, 본래 성장호르몬 결핍증, 저신장증을 가진 소아나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키 성장이 더딘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오남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 투약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성장호르몬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제한돼 있지만, 정상인이어도 성장을 목적으로 사용하면 비급여(본인부담)다. 따라서 치료비와 검사비 등에 연간 평균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부담이 발생한다.
 
일부에서는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아이가 성장이 멈출까 우려해 성장 지연치료를 무리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사춘기 지연치료를 실시한다. 또래에 비해 키는 작은 데 성조숙증이 오는 경우나 사춘기 지연치료 중 성장속도가 저하되는 경우 성장호르몬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김기은 강남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른 2차 성징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약물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아이의 상태를 평가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각종 호르몬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제대로 된 식생활 습관이라고 말한다. 김기은 교수는 “인스턴트 식품은 열량에 비해 영양은 부족하고 소금, 인공 감미료 함량은 높다. 반면 비타민과 무기질은 거의 들어 있지 않아 영양 불균형에 의한 성장부족, 성조숙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일, 해조류 등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육류 섭취 시 지방보다 살코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성장판에 자극을 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스트레칭, 수영, 댄스, 달리기, 탁구, 배드민턴 등 운동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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