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맞아? 간판이 안 보이네…

‘교회 간판은 중요하지 않다. 주민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취지로 카페와 도서관을 열어 주민을 섬기는 교회들이 눈길을 끈다. 평일에는 북클럽 공간으로 쓰이는 대전 제이교회에서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
 
경기도 성남의 백현동 카페문화거리에 있는 ‘오픈커피’ 카페 내부 모습.
 
서울 구로구의 아홉길사랑교회의 ‘아홉길 사랑’ 카페 전경.
 
서울 다움교회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다움영어도서관’.


찬찬히 둘러봤지만 ‘교회’란 글자나 표시는 보이지 않았다. 실내엔 손님들이 편한 자세로 두런 두런 담소를 나누며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여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카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인데 교회 이름을 아예 뺐다던데?” “교회가 만든 영어 도서관인데 교회가 만든 줄도 모른다는데….” 이런 제보를 듣고 찾아간 곳엔 정말 교회 이름도, 십자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동네 한가운데 주민들과 함께 숨쉬는 공간이라 할 만했다.
 
교회 울타리 허무는 사역 중
14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의 명소인 ‘판교 백현동 카페거리’. ‘성음아트센터’ 간판이 걸린 건물에 들어선 ‘오픈 커피(OPEN COFFEE)’ 카페엔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 건물은 1·2층이 카페, 3·4 층에 문화 공연을 할 수 있는 홀이 들어서 있었다. 카페와 아트센터 모두 성음교회(허대광 목사)가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건물 어디에서도 교회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3층 사무실에서 만난 이동주 성음교회 강도사는 “(교회 간판을 뺀데 대해) 우리 교회는 교회 울타리를 허무는 사역을 하고 있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의미로 복합문화공간인 오픈커피 카페를 연데 이어 지역의 문화예술 부흥을 위해 아트센터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지역민과 외부 방문객은 이곳이 교회가 운영하는 곳인지 아닌지 모르고 찾는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사업”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역을 이어가는 이유는 ‘교회 성장주의’를 넘어 문화를 통해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페 메뉴가 ‘믹스커피’뿐인 이유
비슷한 시각 서울 구로구 구로초등학교 앞. ‘아홉길 사랑’이라는 초록색 카페 건물이 눈에 띄었다. 아홉길사랑교회(김봉준 목사)가 만든 이 카페의 메뉴는 하나다. 이른바 다방커피로 부르는 ‘커피믹스’를 공짜로 타준다. 현장에서 만난 김봉준 목사는 단일 메뉴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웃 커피숍이 피해를 입을까봐서”라고 말했다. 교회 인근 카페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읽혔다.

이 카페가 탄생한 사연이 있다. 몇해 전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학부모들은 수업이 끝마칠 때가 되면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일이 빈번했다. 김 목사는 “교회 마당 앞에 의자를 놔드려도 잘 앉지 않더라”며 “그래서 쉼터 겸 해서 카페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페 입지는 기가 막힐 정도다.

이 교회 이영희(64) 권사는 “카페에 앉아 있으면 초등학생들이 하교하는게 다 보인다”면서 “하교 시간에 맞춰 이 곳에서 차 마시며 애들을 기다리기에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교회 측은 초등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건물 외벽에 16개의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섬김 자체가 목적이죠”
서울 강남구 일원동엔 건물 자체가 없는 교회가 있다. 2014년부터 줄곧 중동고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다움교회(양승언 목사)다. 중동고 인근 주택가엔 이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다움영어도서관’이 있다. 건물 안팎으로 십자가는커녕 종교색을 띠는 상징물은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만난 양승언 목사는 “창립 예배를 드리고 지역사회를 어떻게 섬길지 고민했는데, 지역사회에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영어 도서관을 차렸다“면서 “대신 교회에서 운영하는 장소로 드러내진 않았다. 지역 주민이 부담 없이 찾아오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어도서관 외에도 발달장애인 사역과 다문화 가정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이 교회 사역은 자원봉사자가 부족할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양 목사는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지, 성과를 요구하지 않으셨다”면서 “이들 사역 모두는 섬김 자체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이현성 조승현 황수민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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