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스텔라] 특허·정보 무상 공개… 볼보 “모두의 안전 위해”

볼보의 교통사고 조사단이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해 사고 상황 등을 분석하는 모습. 볼보코리아 제공


지난달에 방문한 스웨덴 예테보리의 볼보 세이프티 센터에서 페르 렌호프 안전담당자로부터 인상적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경쟁사도 여기서 차량 충돌 테스트하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아무런 대가 없이요?” “네, 공짜로요.”

세이프티 센터는 완성차 업계에서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입니다. 1년에 300회 이상 충돌 테스트를 합니다. 한 번에 3만5000유로(약 4750만원)가량 듭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유리창을 통해 충돌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관람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경쟁사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볼보의 충돌 테스트를 지켜보겠죠. 돈과 노력을 들여 기껏 확보한 정보를 경쟁사에 내어준다? 언뜻 이해되지 않지만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볼보는 교통사고 조사단을 운영합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마치 경찰처럼 볼보 직원이 현장을 찾아가 사고 발생 시 도로 상황, 충돌 원인,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연구합니다. 피해 차량을 실험실로 옮겨와 추가 분석을 한 뒤, 이 자료를 활용해 다양한 안전기술을 개발합니다. 현재까지 쌓인 데이터는 4만3000건을 넘습니다. 볼보는 2019년에 이 데이터를 디지털 라이브러리 형태로 외부에 공개했습니다. 이른바 ‘프로젝트 E.V.A(Equal Vehicles for All)’입니다.

볼보가 1958년에 처음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 기술의 특허를 다른 경쟁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건 유명한 얘기입니다.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의 최대 고민이 ‘경쟁사의 모방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걸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이 특허로 얻을 막대한 돈을 포기하고 전 세계 차량 탑승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셈입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관리국에 따르면 3점식 안전벨트가 미국에서 매년 1만1000명의 생명을 살리고 있습니다. 렌호프 안전담당자는 “안전은 한 브랜드의 고객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조건 없이 누려야 할 가치”라고 말했습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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