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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재벌집 막내아들’과 부산시장 관사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덕에 부산시장의 호화 관사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최고 재벌로 극중 묘사된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의 저택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진 회장이 사는 ‘정심재’를 재현하기 위해 부산시장 관사의 외관과 대문, 정원, 연못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부산 남천동 금련산 자락 1만8000㎡(약 5500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만 2437㎡(약 737평)에 달하는 이곳은 전국의 시·도지사 관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1985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완공된 이 건물은 ‘전두환의 부산 별장’으로도 불렸다.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으로 1년 유지비만 2억원이 드는 비싼 집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20년 5월 사퇴하기 전까지 역대 시장들이 거주했으나, 이듬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형준 현 시장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입주하지 않아 현재는 빈집이다. 부산시는 올 초부터 야외공간 등을 일반에 개방하고 있는데 2024년 1월까지 전면 개방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걸어서 20분, 지하철 남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여서 일반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부산시장 관사의 개방이 결정된 이후 화려한 외관과 빼어난 입지가 영화·드라마 제작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이곳에서 촬영을 마친 작품이 최근 2년 사이에만 벌써 4편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방영이 끝나자마자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는 드라마 ‘지배종’도 이곳에서 촬영을 시작할 정도로 제작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부산 시민들 중에는 그동안 호화 관사의 존재와 위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드라마 방영 이후 이곳을 관광 명소로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영화의 도시 부산에 또 하나의 인기 촬영지가 부상하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생겼다. 부산시장 관사의 변모는 다른 지자체들도 눈여겨볼만한 사례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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