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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메시가 아르헨티나에 준 선물



2022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이 끝나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동료들이 어깨 위로 떠밀어 올린 리오넬 메시가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고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을 돌자 수만여명의 아르헨티나 팬들은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함성을 질렀다. 같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벨리스크 광장에는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쏟아져나왔다. 시민들은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응원가 무차초스(Muchachos)를 큰소리로 불렀다. 거리와 광장, 버스, 지하철, 카페 등 사람들이 모인 곳은 어디나 축제 현장으로 돌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와 정치 혼란, 부패 스캔들, 그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좌절을 감안하면 36년 만에 이 나라에 찾아온 월드컵 우승은 더욱 극적이다. 아르헨티나의 인플레는 100%에 이를 정도로 살인적이다. 중앙은행이 지난 9월 기준금리를 무려 75%로 인상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페소화는 폭락해 시장에서는 달러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고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방어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100년 전에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나라였지만 지금은 전 국민의 40%가 빈곤층으로 추락했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지난 6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848억3522만 페소(2조114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추징당했다. 그는 두 차례나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시가 조국에 바친 월드컵 우승컵은 국민들의 피폐해진 삶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모르핀과도 같았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기쁨은 르몽드가 보도한 어느 시민의 다음과 같은 말에 함축돼 있다. “전 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는 챔피언이다. 우리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했고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현실에 눈을 뜨겠지만 메시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너무나 행복하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며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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